[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미남배우 주상욱의 재발견이다. 깔끔한 외모와 늘씬한 체격, 그리고 세련된 매너로 '실장님 전문배우' 애칭을 얻었던 그가 생해 첫 지상파TV 미니시리즈 남자 주연을 맡아 로맨틱 코미디의 '백마탄 왕자님'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재벌가 후계자일지라도 그룹 실장과 동화속의 영원한 히어로 백마탄 왕자와는 그 레벨 차가 엄청나다. 주상욱의 재발견은 바로 실장님->왕자님의 변신 성공에서 시작된다.
주상욱은 지난 24일 16회 방송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앙큼한 돌싱녀'를 통해 로코 남주로서의 진가를 확실히 뽐냈다. '앙돌' 2개월여 방영동안 때로는 멋진 매력남으로, 때로는 찌질한 궁상남을 오가며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것이다.
그의 한껏 물오른 연기력에 힘입어 '앙돌'은 마지막 회에서 전국시청률 9.2%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SBS ‘쓰리데이즈’(11.9%)에 이어 2위를 했다. 2월 27일 첫 방송에서 5.4%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지난 달 5일 방송된 2회에서 10.3%를 기록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줄곧 유지하며 대작 사이에서 선전했다.

주상욱의 예전 캐릭터는 깔끔하고 고상한 재벌가 상속자 '실장님'으로 통했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서 '실장님'이란 대개 반짝반짝 빛나지만 영원한 2인자에 불과하다. 주상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고정 이미지를 깨며 배우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선덕여왕'과 '자이언트' 케이블방송의 화제작 '텐'시리즈, 그리고 최근 '굿닥터'와 '앙돌' 주연 거치며 팔색조 매력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앙돌'에서 그는 코믹연기와 더불어 달달한 순정남의 향기를 솔솔 풍기며 ‘주상욱표 로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제쳤다. '앙돌' 여주인공 이민정과의 벚꽃나무 아래 깜짝 키스신은 시청자 사이에 두고두고 화제를 모으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앙큼한 돌싱녀’는 이혼 남녀인 차정우(주상욱 분)와 나애라(이민정 분)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주상욱이 연기한 정우는 모든 사람 앞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마초건만, 전처 나애라에 대한 트라우마로 그 속은 엉망진창인 초식남. 이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우의 찌질하고 소심한 복수는 드라마 내내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로코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또 찌질한 전 남편 정우가 점차 애라의 진실된 속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주상욱은 얼굴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표현할 때는 물오른 표정 연기로 농익은 코믹 연기를 펼쳤고, 진지한 감정 연기를 할 때는 그동안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묵직하고 밀도 높은 감정을 표현했다.
전작 ‘굿닥터’에서 보여줬던 차가운 이미지를 뒤로 하고 180도 다른 이미지 변신을 택한 주상욱은 데뷔 17년차 배우에게서 새삼스런 재발견이라 할 정도로 깊이 각인됐다. 또 한 번도 시도 하지 않았던 ‘로맨틱 코미디’를 다음 작품으로 선택하는 모험을 통해 주상욱은 ‘실장님 전문배우’란 꼬리표와 선입견을 말끔히 걷어낸 셈이다.
'앙돌'의 성공에 기뻐했어야 할 주상욱은 최근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애도하기 위해 3000만원의 구호자금을 기부하고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까지 취소하고 애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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