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템의 젠부샤쓰] 확률은 실드, 사고는 블레이즈!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4.28 08: 57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2014 스프링 시즌의 4강 대진이 완성됐습니다. 드디어 이번 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끝판왕이 눈에 보인다고 해도 되겠죠. 8강 1주차에서 삼성 형제팀의 4강 대진이 완성됐다면, 8강 2주차에서는 전통의 명가들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CJ 블레이즈와 나진 실드가 상승세의 KT 애로우즈와 역전의 용사 KT 불리츠를 제압하고서 이번 롤챔스 스프링에서 '롤 클라시코'를 완성시켰죠.
먼저 블레이즈의 4강행은 이변의 드라마 였습니다. 최근 연습과 공식전서 문제점을 노출시켰던 블레이즈는 코칭스태프 이하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서 명가의 저력을 확인시켰습니다. 형제팀인 프로스트도 자신들이 8강에서 탈락한 상황에서도 블레이즈 4강 진출을 도와 화제가 됐는데요.

블레이즈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4강에 올라간 사실도 대단했지만 실드는 0-2로 뒤진 상황에서 역스윕의 기염을 토하면서 2시즌 연속 4강 무대를 밟게 됐죠. 한 순간만 실수해도 무너지는 상황에서 '패패승승승'의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낸 실드. 4강전이 너무 기대됩니다.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그의 막힘없는 시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경기도 내다봤습니다. 여덟 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 한 마디로 소름돋는 8강 2주차 였습니다. 먼저 블레이즈가 1년 만에 롤챔스 4강 무대에 돌아왔습니다. 훈련이나 공식전서 계속 하락세를 보였던 블레이즈가 상승세의 KT 애로우즈를 누른 건 블레이즈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스프링은 블레이즈의 계절인가요?
▲ 먼저 저에 대해서 밝히자면 저는 징크스나 미신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믿는 편입니다. (저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손톱을 정갈하게 잘라야 하는 버릇이 있죠.)
그래서인지 정말 스프링에 블레이즈가 강하긴 강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분석해보자면 블레이즈의 저력,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노련한 운영이 KT 애로우즈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족한 경험에 따른 운영부족의 맹점을 정확히 찔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스프링은 블레이즈인가?”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그런 강점과 약점을 무마시킬 정도로 KT 애로우즈의 최근기량은 대단했었기 때문입니다. 블레이즈는 모처럼 다시 살아난 이 기세를 놓치지 말고 쭉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애로우즈는 본인들이 강팀들을 상대로 잘했던 그 느낌을 잊지 말고 계속 연습해 다음 시즌을 노려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 실드의 방패는 역시 강했습니다. 특히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는데요. 역전의 원동력을 이현우 해설은 어떻게 보시나요?
▲ 일단 경기내적인 내용을 요약분석하자면 KT 불리츠의 1,2세트 운영은 정말 멋졌습니다.
1세트는 후반으로 가면 불리한 본인들의 조합을 잘 이해하여 초반부터 몰아쳐서 승리했고 2세트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조합을 바탕으로 깔끔한 승리를 따냈습니다. 문제는 3세트부터 시작됩니다. 2세트의 핵심이 트페+트위치라는 것을 실드가 인지하고 트위치를 뺏어옴으로써 연이어 등판한 KT의 트페를 무력화시켰고, 4세트에서는 오히려 실드가 트페+트위치조합을 사용하여 장기전 끝에 역전승함으로써 불리츠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블라인드픽에서는 불리츠의 잦은 실수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실드가 승리를 가져갔죠.
아주 요약된 위의 분석만 봐도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픽밴이 중요했군.”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게이머를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은 픽밴보다 중요한건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며, 그보다도 더 중요한건 멘탈이라는 겁니다. 단순히 어떤 픽밴 때문이라든가, 혹은 특정 플레이를 승패의 주요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답이 없는 LOL이란 게임에서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게임시간이 길어지고 후반전으로 가면 갈수록 중요한건 픽밴도, 운영도 아닌 ‘집중력’이라고 봅니다.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겠으나, 불리츠는 본인들에게 붙은 타이틀인 무관의 제왕, 영원한 2인자라는 타이틀 혹은 역스윕의 악몽을 이겨내지 못한 걸까요? 경기가 길어질수록 자신감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소극적인 플레이들이 나왔고 동시에 집중력도 떨어지니 실수도 잦아지는 플레이로 나타났습니다. 불리츠가 보여줬던 Smart한 모습은 없어지고 둔탁하고 목적의식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결국 또다시 명품 조연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실드는 처음의 집중력을 끝까지 가져갔고 불리츠는 그러지 못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KT 불리츠가 본인들이 역스윕을 해낼 만큼의 강한 멘탈을 갖게 되었을 때, 불리츠를 막을 팀은 없을 겁니다. 수많은 게임 중 한판일 뿐입니다. 불리츠선수들 힘내시고 다음시즌에는 꼭 그런 모습 보여주세요!
- 4강전 경기에 대한 질문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삼성 오존과 블루가 치르는 4강 첫 번째 경기. 일반적으로 삼성 오존의 우세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롤 마스터즈'서 오존의 SK텔레콤 S에 패하고 삼성 블루는 SK텔레콤 K를 이겼다는 것을 염두하면 예측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여러 가지 기존의 데이터를 놓고 보면 열에 여덟은 삼성 오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번 언급했듯이 내전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이고요. 저는 과감하게 삼성 블루가 3-1로 승리한다에 제육볶음 한 그릇을 걸겠습니다.
서로 팀을 바꾼 미드라이너들 간의 묘한 심리전과 더불어 ‘야스오 명가 삼성’이란 소리가 있듯 야스오를 중심으로 한 신경전이 이 게임의 백미라고 봅니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패치버전과 몇몇 글로벌 밴들까지 풀리면서 게임 양상 또한 굉장히 재미있을 겁니다. 내전인 만큼 더 이상의 분석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냥 즐기세요!
원래 부자가 더 돈을 벌고 싶고 마른사람이 더 살을 빼고 싶듯이, 삼성 오존은 또다시 결승에 오르고 싶을 겁니다. 좋은 성적을 끊임없이 내고 싶겠죠.
블루는 지금이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날마다 오는 기회도 아닙니다.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고 이 기세를 잘만타면 우승-다음시즌-롤드컵 쭉쭉 이어 갈수도 있습니다.
부디 두 팀이 멋지게 승부하고 끝나고 나서는 상대부스로 가서 서로 안아주는, 그런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 전통의 명가 CJ와 나진이 또 맞붙었습니다. 이번에는 블레이즈와 실드네요. 두 팀 모두 서로 후회없는 명승부를 펼칠 걸로 예상되는데요. 결승전의 남은 한 자리는 어느 팀이 차지할까요?
▲ LOL을 오랫동안 즐기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CJ와 나진이 경기를 붙으면 항상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옵니다. 오랜 숙적, 라이벌관계이자 매번 명승부를 제조하는 매치기도 하죠.
실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이성장의 끝은 어디인가가 저도 궁금해집니다. 강팀들을 하나둘씩 꺾어가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함과 끈기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블레이즈같은 경우는 요근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애로우즈전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두 팀의 대결에 핵심 포인트는 탑과 미드라고 생각합니다. 팀 마다 색깔이 다르고 캐리 라인이 다르지만 실드와 블레이즈는 미드와 탑라이너가 핵심 캐리라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양 팀 탑 솔로는 한국의 탑 솔로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두선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로 창을 찌르면 한쪽은 찔리기 마련이겠죠. 누가 겁 없는 탑 솔로의 정점에 설지 기대됩니다.
블레이즈입장에서는 애로우즈전보다 오히려 실드전이 더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본인들 특유의 운영에 말려들었던 애로우즈와 달리 실드는 후반전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실드는 이미 운영의 대가 불리츠를 잡은 상황이라 그와 색깔이 비슷한 블레이즈를 겁낼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기세나 여러 전력적인 측면을 살펴볼 때 실드가 이길 확률이 높지만, 스프링은 블레이즈가 사고를 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일까요? 전 왠지 블레이즈가 이길 것 같습니다.
어느 팀이 이기든 그날은 커뮤니티가 난리가 나겠군요. CJ와 나진팬 분들 너무 싸우지 마세요!!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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