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혼자 야구하잖아".
한화 김응룡 감독은 선수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선수 만큼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모양이다. 다름 아닌 2루수 정근우(32)가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정근우 혼자 야구하잖아"라며 "잘하는 선수는 뭘해도 좋다"는 말로 정근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과거 해태 시절 김 감독으로부터 '노터치' 대우를 받은 선동렬 감독처럼 한화에서는 정근우가 그 정도 대우를 받고 있다.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하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FA가 돼 4년 총액 70억원을 받고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는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21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23안타 1홈런 4타점 15득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볼넷 18개, 사구 5개로 출루율은 무려 4할8푼9리. 볼넷이 필수적으로 많은 장타자들을 제치고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2루타 4개와 3루타 3개로 장타율도 5할7리에 달해 팀 내 장타자들을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심지어 도루도 8개 시도하며 단 한 번의 실패없이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타격과 주루 뿐만 아니라 폭넓고 정확한 2루 수비는 두 말하면 입만 아프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정이 넘치니 어느 감독이 안 좋아할까.
개막 초반 잠깐 타격 침체를 겪은 정근우였지만 꾸준히 볼넷을 골라내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장타까지 뿜어내며 3번 중심타자 역할도 훌륭ㄹ하게 해낸다. 정근우는 "시즌 초반에는 감이 안 좋았지만 운좋게 볼넷을 많이 얻었다. 요즘은 배트 중심에 타구가 맞아나가며 장타도 나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 같은 정근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아직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승13패 승률 3할8푼1리로 9개팀 중 8위에 머물러 있다. 물론 1위 넥센과 5.5경기, 4위 두산과 3.5경기차로 큰 격차는 아니지만 쉽지 않은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늘 승리만 맛본 정근우에게는 어색한 일이다.

정근우는 SK에서 2007~2012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3번씩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패배가 어색할법도 하지만 정근우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지고 싶어하는 선수와 팀은 없다. 아직 우리는 100% 전력이 아니지만 분위기가 좋다. 확실한 계기만 생긴다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는 "이적 첫 해이고, 많은 돈을 받고 왔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내가 나서서 말하는 것보다 행동과 플레이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제는 만족을 하지 않으려한다. 안타 2개를 치면 그냥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마음을 놓았는데 이제는 다르다. 2안타를 치고도 3안타를 치겠다는 생각으로 한다. 몇 년간 나도 모르게 나태함이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만족없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화는 4월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2010년 이후 최근 5년을 통틀어 4월까지 최고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근우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만족없는 야구가 한화에 승리 DNA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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