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요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야구계 관계자들이 서서히 물밑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당장의 전면 시행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올해 기초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자주 연출되고 있는 오심 사태는 팬들의 성난 민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심판위원회에서도 오심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팬들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과 현장에서도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찬성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심판도 오심을 할 수 있다”라는 대명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만한 장치가 필요하다”라는 여론이 전 야구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심판위원회도 부정적인 생각은 아니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 확대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도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디오 판독에 대한 유연한 생각을 밝혀왔다. 다만 전체적인 공감대 형성 및 현실적 제도 개선 등을 전제조건으로 삼았는데 최근 일부 감독들도 비디오 판독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시각이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메이저리그(MLB) 비디오 판독 전면 확대의 영향도 적지 않다.

현재 KBO를 비롯한 야구계는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결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이에 KBO도 준비에 들어갔다. 비디오 판독 확대와 관련된 기초적인 조사는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더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덧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세는 형성된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 번 만들어진 제도는 되도록 변경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견 수렴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비디오 판독을 전면 시행하려면 10개 구장 및 제2구장에 모든 장비가 설치되어야 한다. 어설픈 준비로 ‘판독 불가’라는 상황이 나와서는 오히려 제도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이 예산을 조달하고 전문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틀인데 예산 문제가 걸린다는 것이 야구계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방송 카메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 최근 벌어지는 대부분의 오심은 방송 카메라로도 잡아낼 수 있다. 그만큼 성능도 좋아졌고 오랜 중계에서 축적된 노하우도 빛을 발한다. 그러나 내년부터 1일 5경기 체제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방송계와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중계가 되지 않거나 지연 방송, 조기 중단 등의 불가피할 사정이 있을 경우 모든 경기에 동등하게 시행되어야 할 비디오 판독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 네 개 채널 외에 어떤 사업자가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들지도 명확하게 정해진 부분이 없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사실 우리도 부담이 크다. KBO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방송사들도 협조하고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장기적으로는 MLB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데 MLB도 현재 비디오 판독이 100%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사에서도 MLB의 시행착오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야구계가 의지를 모으면 이르면 내년부터는 비디오 판독이 확대 시행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에 찬성 의견을 밝힌 한 구단 관계자는 “당장 MLB처럼 시스템을 만들기는 당연히 어렵다. 그렇다면 MLB처럼 전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루상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만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는 차차 도입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어쨌든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제도의 기안을 만들어내는 작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