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재(유아인 분), 이제 겨우 20살인데 자다가도 눈물이 날만큼 아픈 사랑, 더러운 상류사회의 권력 다툼을 맛봤다. 사랑하는 여자지만 유부녀이기 때문에 마음껏 당당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없고 삼중첩자 노릇을 하며 위험한 순간에 빠진 혜원(김희애 분)을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한다.
지난 2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1회분에서는 성숙(심혜진 분), 영우(김혜은 분)가 혜원과 선재의 관계를 의심하고 사람을 붙였지만 이를 눈치 챈 혜원이 두 사람에게 따끔하게 경고하고 상황을 마무리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그 속에서 선재는 불안함에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들의 세계에 또 혜원을 보내줘야 하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다.
선재는 어린 나이에 퀵서비스 일을 하며 피아노 연주를 하며 살았던 남자다.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았고 사랑에 있어서 크게 상처를 받거나 주지 않았다. 그러나 20살에 운명적으로 만난 혜원은 그의 삶과 영혼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선재는 자신의 영혼이 거듭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를 대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혜원과 듀오 연주할 때 선재의 얼굴은 행복감이 충만하다.

하지만 유부녀를 사랑하는 데는 큰 위험이 있었고 혜원을 만나는 매 순간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공사 중인 건물에서 키스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혜원을 협박하는 문자가 도착했고 선재는 분노했다. 혜원은 “난 겁날게 없다. 난 너에게만 서툴지 다른 건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고 능숙하다. 그건 네가 안봤으면 좋겠다. 모른 척 하고 기다려봐. 어떻게 되나”라며 선재를 안심시켰다.
결국 선재는 혜원에게 좋은 집과 차를 다 포기하라고 설득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분간 만나지 말자. 연락도 자제하고 참는 맛을 누려보는 거지”였다. 여기에 혜원은 선재 전용 휴대폰을 선재에게 맡겼다.
선재는 혜원과의 특별한 연결고리가 끊긴 느낌이었을 것. 집에 돌아온 선재는 혜원과의 관계에 대해 묻는 다미(경수진 분)와 장호(최태환 분)의 질문에 피아노 연주로 대답했고 다미와 장호는 그의 연주에 눈물을 보였다. 클래식에 문외한 두 사람에게도 혜원을 향한 선재의 현재의 감정이 어떤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선재는 혜원과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슬픔에 잠겼고 아침에 일어난 선재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밥도 먹히지 않았다. 선재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선재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그런 선재의 불안함은 유아인을 통해 온전하게 표현됐다. 유아인은 위험한 사랑의 쓴 맛과 사회의 더러운 맛을 동시에 맛본 선재의 혼란스러움과 진한 슬픔을 몸 안에 가득 채웠고 이를 그대로 표현, 시청자들에게 선재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1회부터 마치 선재 같은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냈던 유아인은 이날 방송에서 아픈 마음을 특별한 대사 없이 오로지 피아노 연주할 때의 몸짓, 손짓, 표정연기로만 그려냈고 이에 앞으로 파국으로 치달은 혜원과의 사랑을 또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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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