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여인들'은 칸의 여인이 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있다.
전도연, 문소리, 윤정희, 배두나 등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거나 제작한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꼭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모든 여배우들이 갈망한다고 할 수 있는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를 통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하지만 그녀를 먼저 세계에 알리며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달아준 이는 이창동 감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소리는 2002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를 통해 제23회 청룡영화상 여자신인상, 제59회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전도연은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영예로운 '칸의 여왕'이 됐다. 이어 2010년 '하녀'로 다시한 번 칸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내달 열리는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한국 배우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화제다.
1960~70년대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은 배우 윤정희 역시 지난 2012년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 '시'를 통해 16년 만에 관객들을 찾았고 더불어 칸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시'가 각본상을 받으며 수상의 기쁨까지 누렸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시'의 주인공으로 윤정희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는 이창동 감독이다.
이번에는 배두나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고 정주리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도희야'가 제 67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배두나가 칸에 가게 됐다.
'도희야'의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은 배두나에 대해 "사실 이 영화가 시작부터 완성될 때까지 영화를 끌고 나간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인공으로서 연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의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에게 언제나 먼저 다가와 치어리더처럼 힘을 내도록 분위기를 만들면서 촬영했다"라고 평했다.
그런가하면 한국영화가 칸 장편경쟁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수상을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2002년 데이빗 린치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2004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심사위원일 때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이 심사위원장일 때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의 여왕이 됐으며,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 2012년 팀 버튼 감독 심사위원장 당시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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