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지원이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이끌면서 왜 자신이 대체 불가 배우라 불리는지 안방극장에 똑똑히 보여줬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인물인 기승냥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지난 29일 종영한 ‘기황후’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승냥은 고려 여인으로서 원나라 황후가 되는 인물. ‘기황후’는 원나라의 횡포로 인해 혈육을 잃고 난 후 복수심에 권력을 쟁취하겠다고 나서는 승냥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다. 초반 고려 왕 왕유(주진모 분)를 보필하던 무사였던 승냥은 사랑에 빠진 여인이었다가 아이를 잃고 독기를 품은 어머니였다가 궁중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정치가였다가 생존을 위해 핏빛 전쟁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었다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선한 인물이었다가 악한 인물로 변모했다가 그 과정에서도 정의는 지키는 승냥의 복잡한 내면세계는 ‘기황후’라는 드라마의 극과 극을 오가는 전개 속에서 무수히 반복됐다. 50부작으로 기획돼 51부로 마무리된 ‘기황후’는 무려 6개월 동안 방송된 흐름이 긴 드라마였다. 여기에 끊임 없이 이어지는 암투 속에서 점점 독기를 품고 지략이 뛰어난 정치가로 변모하는 승냥의 모습은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했다.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고 그 어떤 장르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하지원의 특기는 여실히 드러났다. 액션과 로맨스, 정치 싸움을 오가며 때론 카리스마가 넘치고 때론 치명적인 여인이었다가 때론 남자 못지않은 전술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팔색조 인물에 맞게 변화하는 감정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표정, 눈빛 연기는 물론이고 목소리 변화까지 활용했다. 오죽하면 호흡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하지원이 초반에 연기했던 승냥과 중후반의 승냥은 전혀 다른 인물로 여겨졌다.
한 작품에서 너무도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것. ‘다모’, ‘발리에선 생긴 일’, ‘시크릿가든’, ‘더킹 투하츠’ 등을 이어오며 안방극장 흥행 불패 신화를 기록 중인 이 배우는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얼마 안 되는 대체 불가의 배우로서의 힘을 다시 한번 뽐냈다.
같은 연기를 해도 몰입이 뛰어나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힘이 큰 하지원의 연기는 숱한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기황후’와 같은 선굵은 사극에서도 빛이 났다.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장면이 나오더라도 높은 장악력을 자랑하는 하지원이 있어 ‘기황후’의 인기도 가능했다.
한편 ‘기황후’는 마지막 회에서 승냥을 제외하고 그를 사랑했거나 그와 대적했던 모든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며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됐다. ‘기황후’ 후속으로는 지독하리만큼 잔인했던 운명 속에 뿔뿔이 흩어진 삼형제가 성인이 돼 핏줄의 운명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인생과 사랑을 그리는 ‘트라이앵글’이 다음 달 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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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