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김희애와 유아인이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질수록 박혁권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있다. 이제 박혁권이 안쓰럽다 못해 불쌍하다.
박혁권은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에서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면서 모든 게 완벽한 음대 피아노과 교수이자 혜원(김희애 분)의 남편인 준형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준형과 혜원은 겉에서 보면 부부관계가 원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쇼윈도 부부로 부부보다는 파트너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이다.
그는 혜원을 자신의 권력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중 2병에 걸린 것처럼 철없이 행동하거나 괜한 떼를 쓰기도 한다. 준형은 보기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속물적인 근성이 강하고 권력을 탐내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밀회' 12회에서는 준형이 혜원에게 이쯤에서 끝내라며 경고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당신 기분은 아는데 이혼은 안 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혜원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향해있는 것보다 자신의 명예와 권력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또 준형은 혜원과 선재(유아인 분)의 관계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어 혜원에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던 준형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너 아주 나쁜년이야"라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혜원의 불륜에 대한 원망과 선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준형의 저 한마디에 녹아있다.
현재 준형은 혜원의 불륜을 눈치채고 괴로워하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술로 밤을 세우고 있다. 인생의 파트너 혜원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혜원 때문에 갖게 된 권력과 명예 등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혜원과 선재의 관계뿐만 아니라 쓸쓸하게 혼자 남겨진 준형이 불쌍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 모두를 잃을까 걱정하는 준형을 연기하는 박혁권의 탁월한 연기내공 덕분에 준형의 캐릭터가 '밀회' 속에서 빛나고 있다. 박혁권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지만 속에서는 애가 타 들어가는 준형의 모습을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
준형은 단순히 권력과 욕망에 눈이 먼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표정으로 못마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혁권은 욕심 많고 능력이 없는 준형을 입체감 있게 묘사하면서, 극의 중심인 혜원과 선재를 넘는 찌질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해 드라마 인기에 또 다른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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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