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은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이례적으로 경기 중 1대1 훈련을 진행했다. 신인 포수 김민수가 6회 바운드 공을 뒤로 빠뜨리자 공수 교대 때 덕아웃 앞으로 불렀다. 포수 장비를 풀지 않은 김민수에게 직접 공을 던지며 블로킹 훈련을 시킨 것이다. 이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히며 화제를 모았다.
이튿날 김응룡 감독은 고심 끝에 배터리코치 교체라는 강수를 빼들었다. 당시 2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코치 교체라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려 한다"고 설명했지만 포수 문제에 대한 답답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1일 두산전부터 한화는 조경택 배터리코치가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와 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조경택 코치에게 어떤 주문을 했을까. 조경택 코치는 "감독님께서 블로킹을 많이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포수의 가장 기본이 되는 수비가 포구와 블로킹이다.

한화는 올해 21경기에서 폭투가 21개나 된다. 경기당 하나 꼴로 폭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2011년 역대 한 시즌 최다 91개의 폭투를 기록했고, 2012~2013년에도 각각 82·89개로 시즌 최다 폭투를 범했다. 역대 한시즌 최다 폭투 1~3위 모두 한화다.
물론 기본적으로 폭투는 투수의 책임이다. 포수가 잡을 수 있는 공을 못 잡는 건 '패스트볼'로 처리된다. 문제는 한화에 '패스트볼 같은 폭투'가 많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자꾸 공을 빠뜨리고 있다. 새가 알을 까야하는데 포수들이 알을 까고 있으니"라고 답답해 했다.
1군에 돌아온 조경택 배터리코치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조경택 코치는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대로 블로킹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김민수와 엄태용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감독님도 훈련과 경기를 병행하며 장기적으로 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조 코치는 "블로킹이 안 되니 포구부터 송구까지 불안한 것이다. 투수들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포수들이 움직임을 짧고 빠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포구할 때 두 손으로 받는 것보다 한 손으로 잡는 것이 전체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에 편하다. 앞으로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화. 김응룡 감독의 배터리코치 교체 결정에 따른 블로킹 강조가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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