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연일 계속되는 오심에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오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비디오 판독 뿐이라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도 점점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감독으로 활약한 김응룡 한화 감독도 "나도 처음에는 비디오 판독을 반대했지만 요즘 하는 걸 보면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원래 미국을 잘 따라하지 않나. 미국처럼 비디오 판독을 빨리 해야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나머지 감독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 KBO 독자 시스템 구축이 우선

비디오 판독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방송 기술 발달과 중계 노하우 축적으로 최근에는 오심 장면들이 TV 화면에 그대로 잡히고 있다지만 결코 중계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는 프로배구의 경우 TV 중계 화면에 기초하고 있지만 중계가 없는 날에는 리플레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어떤 경기는 비디오 판독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경기가 있다면 공정성에 큰 손상이 생긴다.
한 방송사 PD도 "TV 중계로 비디오 판독을 할 경우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방송사들도 여러 각도로 카메라 위치를 배치하고 있지만 야구장 내 모든 플레이를 담기에는 어렵다. 좌우 외야폴대나 라인선상처럼 애매한 곳은 집중적으로 잡지 않는 이상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방송사에 의존할 게 아니라 KBO에서 각 구장 곳곳에 애매한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 위치에 직접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KBO에서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좋다고 본다. TV 중계 화면은 옵션으로 활용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사에서는 최소 12대 이상 카메라를 가동하는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각 구장에 설치한 12대와 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카메라의 활용도에서 차이가 있다. 방송사는 플레이 뿐만 아니라 관중석을 비롯해 여러 그림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판정을 위해서만 카메라를 쓸 수 없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10개 구단 체제가 돼 하루 5경기씩 열린다. 방송사가 하나 더 늘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전적으로 중계에 의존하기란 매우 무리다.
결국 독자적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구장을 비롯해 몇몇 지방 구장은 아직 PTS(투구추적시스템) 설치도 어려운 환경이다. 전체적인 인프라에서 동등한 조건이 갖추는 게 우선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이 많이 들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더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하면 적겠지만 시스템 구축부터 운용까지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 카메라로도 못 잡는 장면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 비디오 판독을 홈런 이외 아웃-세이프, 태그 플레이, 몸에 맞는 볼, 외야수의 타구 캐치 등 13개 부분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도입에도 오심은 계속 나오고 있다. 개막 한 달 만에 3명의 감독이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하다 퇴장당했다. 약 35%의 판정이 오심으로 인정돼 번복됐지만, 카메라로도 잡지 못하는 장면들도 엄연히 있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진짜 애매한 플레이는 카메라를 수십 번 돌려봐도 확실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며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건 카메라가 아니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심판들이다. 만약 비디오 판독 도입될 경우 자칫 심판들이 느슨해질지 모른다. 비디오 판독에 의존하게 돼 오심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고, 경기시간이 엿가락처럼 길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야구계에서는 심판 처우 개선과 함께 확실한 준비기간을 거쳐 1군에 올라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야구인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를 보면 마이너리그와 2군에서 10년 이상 준비해서 올라온다. 우리나라는 몇 년만 하면 1군에 올라온다. 경험이 부족하니 소신없는 판정이 나온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숙련된 베테랑 심판들의 오심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심판부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비디오 판독은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가 없다면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심판의 능력에 있다. 심판의 능력을 십분 살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비디오 판독에 앞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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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