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후’ 그리고 또 ‘몇 년 후’.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자막을 활용한 속전속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역사 논란 왜곡에 팩션임을 누누이 강조했던 ‘기황후’는 역사의 기록에 따라 새드엔딩으로 급하게 마무리됐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마지막 회는 모두가 죽고, 국운이 쇠한 원나라에서 눈물짓는 기승냥(하지원 분)의 모습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매박 수령 골타(조재윤 분)의 정체를 알게 된 타환(지창욱 분)은 죽는 순간까지 승냥(하지원 분)과 아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보필했던 최측근의 배신에 원통한 눈물을 쏟으면서도, 황후를 제거하려는 속셈을 간파한 뒤 승냥이 모자를 지키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타환은 자신이 해독제도 없는 독약을 지속적으로 섭취했고, 각혈까지 한 탓에 장기에 퍼진 독을 치유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승냥이를 지켰다. 선위조서를 빌미로 새 황제 옹립을 계획한 황태후(김서형 분) 무리를 한 데 모은 뒤, 이들을 처단했다.
자신의 손으로 골타를 죽인 타환은 죽는 순간까지 돈의 노예였던 골타의 모습에 “돈과 권력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믿었으니. 그걸 믿은 내가 멍청했다”고 오열했다. 타환은 승냥이를 두고 죽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몇 년 후 애틋한 연심을 고백한 후 승냥이의 품에서 죽음을 맞았다.
장장 50회 동안 정적들과의 숱한 싸움에도 패한 적 없었던 총명한 기승냥은 화려했던 권력을 잃고 혼자가 됐다. 시대를 잘못 만나 죽음을 맞은 염병수(정웅인 분)를 불쌍히 여기고, 공녀로 끌려온 고려 여인들을 보내줬던 정의로움은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졌다.
이후 제작진은 기승냥과 박불화(최무성 분)의 대화를 통해 고려왕이 패악을 일삼던 기승냥의 오라버니들을 시해, 심양왕을 통해 반원정책을 펼친 고려에 칼을 겨눴음을 암시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자막을 통해 탈탈(진이한 분)이 홍건적 진압에 실패하고 죽음을 맞은 사실을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본 드라마는 기황후의 삶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라며 “1368년, 기황후는 주원장에게 대도를 정복당하고 북쪽 초원지대로 물러나 북원을 건국했다. 기황후의 아들 아유시리다라는 북원의 황제가 되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자막으로 고지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황후’가 팩션임을 강조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굳이 자막을 이용해서까지 기승냥과 원나라의 몰락을 숨가쁘게 보여줄 필요는 없었을 터. 기황후의 부정적인 측면도 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거든 좀 더 공을 들여야 했다. 결국 ‘기황후’는 역사 논란 왜곡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이도 저도 아닌 허술한 결말을 맺은 꼴이 됐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이 드라마는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고 강조했던 첫 방송 자막을 언급,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교묘한 짜깁기에 드라마 ‘기황후’가 역사적인 사실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종영된 ‘기황후’ 후속으로는 배우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백진희 등이 출연하는 멜로드라마 ‘트라이앵글‘이 방송된다. 부모님을 잃고 뿔뿔이 흩어진 삼형제가 성인이 돼 핏줄의 운명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인생과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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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