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평소 선수 개개인의 활용법에 대한 연구에 공을 들인다. 특히 유망주는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그리고 쓰임새에 대해 판단한 뒤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선수를 기용한다.
넥센 불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상우(20)도 그러한 염 감독의 구상 속에서 탄생한 신성이다. 조상우는 현재 13경기에 등판해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6경기 연속 무실점하는 과정에서 구원승을 2차례나 올렸고, 프로 입단 이후 아직 패전 기록은 없다.
염 감독은 당초 이번 시즌 롱 릴리프로 활용하기 위해 조상우를 선택했다. 어느덧 불펜에서는 조상우의 위치가 확고해졌다. 이제는 조상우를 향후에 선발로 쓸 것인지, 아니면 마무리로 돌릴 것인지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뜨겁다. 조상우의 빠른 성장세를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염 감독의 태도는 전과 마찬가지로 신중했지만, 선발보다는 마무리를 좀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도 염 감독은 조상우의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 주자를 묶어두기 좋고, 투구 수가 많아지면 구위가 저하된다는 점 등을 들어 조상우에게 적합한 미래의 보직으로 마무리를 추천했다.
투수에게 중요한 정신적인 면도 염 감독이 조상우를 마무리에 어울리는 투수로 보는 원인 중 하나다. 염 감독은 “지금 상우의 멘탈은 (선발보다)중간이나 마무리에 가깝다. 세이브는 구위보다 정신력이다. 구위도 중요하지만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상우가 마무리에 어울리는 배짱을 지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해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염 감독은 신중하게 판단한 뒤 조상우에게 지금의 위치가 아닌 다른 자리를 줄 생각이다. “선발과 불펜 중 상우가 탑클래스가 될 수 있는 빠른 길로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염 감독의 의견.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1군 감독이 유망주 성장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염 감독은 선수에 대한 장기계획을 두고 그 선수를 단기적으로 필요한 자리에 넣어 활용하면서 선수의 기량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결정을 위한 시간까지 벌고 있다. 조상우에게 어떤 길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염 감독과 함께하는 것이 목표를 향한 지름길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