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하지원 빼고 다 죽었다 ‘줄초상의 기록’ [종영③]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4.30 07: 40

누구도 이런 새드 엔딩을 기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이미 이 드라마에선 수많은 주요 인물들이 생을 마감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했다. 권력과 돈을 쫓던 자들도, 그런 이들의 희생양이 됐던 이들도 또 그런 자들과 대적해 왔던 이들도 모두 하나같이 죽음을 맞이하며 권력의 잔인함과 덧없음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최종회인 51회에서는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결국 혼자 남게 되는 기승냥(하지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황제 타환(지창욱 분)은 자신의 충실한 심복인 줄만 알았던 골타(조재윤 분)가 독약으로 자신을 독살하고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충격을 받은 가운데 그는 골타와 황태후(김서형 분)가 손을 잡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려 하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함정에 몰아넣었다. 그는 황태후 일당의 계획대로 기승냥과 그 주변 세력을 물리치는 척, 황태후가 추천하는 자신의 먼 친척에게 선위를 하려는 척 하다 그들을 모두 역모 죄로 처단했다. 

결국 골타는 “돈이 내 주인이다”라고 말하며 황제의 칼에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심복 나무 (김무영 분), 황태후의 책사 장순용(김명국 분) 등의 인물이 죽었다. 더불어 황태후는 “감업사에서 죄를 뉘우치라”는 기승냥의 말에 “죽어서도 황궁의 귀신이 되겠다”며 스스로 사약을 맛고 죽음을 택했다.
 
황태후-골타 등의 편에 붙어 역모를 꾀하던 염병수(정웅인 분)과 조참(김형범 분)도 끝내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 고려 촌으로 도망을 가려하던 두 사람은 기승냥에게 붙잡혔고, 동족인 고려인들의 돌과 매를 맞고 끈질겼던 목숨의 끈을 놓았다.
또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전쟁 중이었던 대승상 탈탈이 전사했으며, 골타가 먹여온 독이 이미 장기에 퍼져 시름시름 앓던 타환은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기승냥의 무릎 위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5개월 간 ‘기황후’를 돌아보면 죽음의 역사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물들의 죽음이 극을 수놓았다. 초반부터 기승냥의 아버지 기자오(김명수 분)가 당기세 일당에게 죽음을 맞이했고, 기승냥이 궁녀로 황궁에 들어간 후에는 고려인 후궁 박씨(한혜린 분), 노상궁(이응경 분) 등이 타나실리의 사주를 받은 무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처럼 무고한 인물들을 죽음은 기승냥이 복수심을 다지며 황궁에 후궁으로 다시 들어가는 데 동기를 부여했다.
이후 후궁이 된 기승냥과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 일가의 싸움이 시작된 2막의 끝에는 연철과 타나실리, 탑자해 (차도진 분) 등이 처절한 죽음을 맞이했다. 또 기승냥-백안 장군이 같은 편에서 적으로 돌아선 3막에서는 연상궁(윤아정 분)이 새 황후 바얀 후투그(임주은 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해 기승냥과 왕유 사이의 아들 마하(김진성 분) 등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이후 심기일전한 기승냥은 탈탈과 손을 잡아 백안 장군과 바얀 후투그를 처단했고, 호시탐탐 기승냥과 타환을 죽이려 기회를 노리고 있던 당기세는 왕유(주진모 분) 무리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가장 최근에는 왕유가 연적 타환의 손에 의해 끝내 죽임을 당하며 기나긴 삼각관계의 끝을 맺게 됐다.
많은 인물들이 끊임없이 죽었다는 점 때문에 '기황후'에 막장 혐의를 씌울 수는 없다. 물론 이 드라마는 중반 개연성없는 급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었고 그런 점에서 '막장 사극'이란 별명을 붙여도 좋을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황후' 속 인물들의 죽음은 모두 한가지 주제를 향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력의 잔인함과 덧없음이다. 황궁 안에서 권력을 누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인물들은 또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이는 돌고, 돌며 끝내 주인공 기승냥이 홀로 남겨지는 결말을 낳았다. 씁쓸하지만 의미있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eujenej@osen.co.kr
'기황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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