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유아인 분)는 혜원(김희애 분)에게 진짜 삶을 찾아줄 수 있을까. 학창시절 자신의 삶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을 우선으로 하고 살아야 하고 결혼까지도 안정적인 선택을 하며 살았던 혜원을 가짜 인생에서 꺼내줄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2회분에서는 혜원이 선재를 독일로 유학 보내려고 하고 준형(박혁권 분)이 혜원이 선재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종용했지만 혜원과 선재가 둘만의 여행을 떠나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내용이 그려졌다.
혜원은 성숙(심혜진 분)의 지원을 받아 유학생활을 했지만 영우(김혜은 분)의 수행비서 같은 역할을 하며 살았다. 대학 때 건초염이 악화돼 피아노를 그만둔 뒤 예고 동창 영우의 룸메이트 겸 시녀 역할로 유학길에 동행에 귀국 후 서한예술재단에 자리를 잡았고 기획실장이라는 감투를 달았다.

유학시절 혜원은 영우가 클럽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커피숍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뿐 아니라 혜원은 학과 조교일까지 했고 유학생활을 즐길만한 시간과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낸 혜원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영우의 시녀 역할을 하는 것도 모자라 삼중첩자 노릇까지, 하루 종일 서한그룹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그러던 그에게 선재가 등장했다. 선재는 혜원에게 선물이었다. 혜원은 선재와 있을 때만이 가장 편해보였다. 선재의 집은 혜원의 집에 비하면 허름하지만 혜원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혜원은 남편 준형을 비롯해 성숙, 영우, 서회장(김용건 분)의 등쌀에 밀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다 선재의 집에 와서 그 긴장을 푼다.
혜원에게 선재는 그런 존재다. 혜원은 선재 앞에 있을 때 ‘진짜’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진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감정.
결국 혜원은 선재를 독일로 보내려고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친구 인서(박종훈 분)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재도 독일어 수업을 신청하는 등 마음의 준비를 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재는 혜원과 같이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혜원에게 좋은 집과 좋은 차를 포기하라고 설득했던 선재는 이날 방송에서 다시 한 번 혜원에게 살면서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이어 해외 대학 교수들에게 자신의 협주곡 DVD를 보내면서 “이런 여자와 공부하고 싶은데 받아줄 수 있겠냐고 메일 보냈다”고 밝혔다. 혜원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고백이었다.
선재는 “협주곡 DVD랑 동영상. 한남동 돈으로 만든 건데 잘 써먹어야죠”라고 혜원을 서한그룹이라는 지옥에서 구하고 싶어 했다. 혜원도 선재의 말에 당황한 듯 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20살의 나이에 너무나 가슴 아픈 사랑, 더러운 사회는 그를 성숙하게 했다.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여인을 감싸고 보듬어줄 주 알고 혜원과 함께 하기 위해 피아노로 성공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과연 선재가 혜원에게 진짜 삶을 선물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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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