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현장에서 보인 뜻밖의 눈물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현빈은 3년 만의 복귀작인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을 통해 목말랐다던 연기에 대한 욕구를 시원하게 폭발시켰다.
이것은 '역린'이 언론시사회 후 상당수의 매스컴으로부터 혹평을 듣고도 개봉 스코어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드는 힘이 된다. 작품의 만듦새에 대한 왈가왈부를 차치하고도 그저 3년 만에 돌아온 현빈의 연기를, 그가 연기한 정조의 '다름'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관람 욕구를 부추기기 충분하다.
배우 현빈이 돌아왔다. 지난 2011년 1월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끝내고 그 여운을 채 즐기지도 못한 채 해병대에 입대했던 그다. 당시 입대 현장에는 국내 팬은 물론 수천 명의 아시아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마음껏 고마워할 겨를도 없이 쫓기듯 들어갔던 현빈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2012년 12월, 역시나 수많은 국내외 환영 인파들에 둘러싸여 제대하던 날, 그는 한껏 늠름해진 자태로 거수경례를 하면서 의외의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다. 당시의 눈물에 대해 훗날 그는 "연기 얘기에 그만.. (군 시절) 연기를 할 수 없던 것이 억눌려 있었나 보다"라고 곱씹었다.

물론 많은 연예인들이 병역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공백기를 힘겨워한다. 배우든 가수든 개그맨이든 마찬가지다. 카메라가 그립고 스크린과 무대가 아쉬운 감정은 비단 현빈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데뷔 이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끝에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거머쥔 톱 배우가 오롯이 연기에 대한 갈증이 처절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면 대체 이 진심의 농도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현빈 스스로의 말처럼 '절대 울지 말아야지' 해놓고도 '연기'란 두 음절 단어에 반사적으로 터진 눈물, 때문에 대중도 더더욱 그의 복귀작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그는 해병대 시절, 휴가를 나올 때면 늘 후배들의 연기 연습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는 후문이다. 길지 않은 휴가 기간을 온전히 가족과 측근들을 만나 쉬는 데 써도 모자랐을 텐데 그는 친한 후배들이 연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장동건 박중훈 황정민 등 절친으로 알려진 선배들을 만나 작품 얘기, 연기 얘기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그리고 제대 전부터 쏟아진 숱한 러브콜 속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른 작품이 이번 '역린'이다. '역린' 출연을 확정하고 촬영을 하면서 공백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래 기다리고 바란 만큼 그의 변신과 활약상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그토록 하고 싶던 연기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까.
일단 '정조' 현빈에 대한 반응은 합격점이다. 현빈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자주 다뤄졌던 정조라는 왕을 오롯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구현했다. 근엄하고 위엄 있는 군주의 모습은 물론 정유역변의 타깃이었던 운명, 그래서 늘 불안 속에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까지, 현빈표 정조는 한층 입체적이고 생생한 느낌이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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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공식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