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을 한 LA 클리퍼스의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80)이 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클리퍼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3-103으로 물리쳤다. 3승 2패로 앞선 클리퍼스는 6차전을 잡으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최근 스털링은 “흑인을 내 경기에 데려오지 마라”고 발언한 대가로 30일 NBA로부터 영구퇴출과 함께 250만 달러의 벌금(약 26억 원)이란 중징계를 받게 됐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소유한 클리퍼스 사무실에도 출입할 수 없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지난 28일 구단마크가 새겨진 연습복 상의를 코트 중앙에 벗어던지며 집단항의를 했다. 클리퍼스는 백인 J.J. 레딕과 터키출신 히도 터콜루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전부 흑인이다. 감독도 흑인 닥 리버스가 맡고 있다.
5차전은 스털링 구단주의 인종차별 사건이 터진 뒤 첫 번째 홈경기로 주목을 끌었다. 클리퍼스 구단은 평소보다 입장권 가격을 깎고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고 써진 티셔츠를 공짜로 나눠주며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성난 팬들의 민심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한 서희택 통신원에 따르면 경기시작 전부터 ‘스털링 아웃’이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 매직 존슨이 클리퍼스 매입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리는 매직을 원한다”고 소리치는 팬들도 있었다. 구단주의 인종차별로 클리퍼스에게 더 이상 지원을 거부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중 장내 아나운서가 “We are one”을 외치자 관중들이 전부 따라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여러 인종이 섞여있는 치어리더들도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 구단주에게 항의표시를 분명히 했다.
이날 클리퍼스는 25점, 18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골밑을 장악한 디안드레 조던의 맹활약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조던은 “우리의 직업은 농구를 하는 것이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구단주가 바뀌지 않으면 비시즌 트레이닝 캠프 등 모든 활동을 거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스털링 구단주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NBA는 조만간 구단주 회의를 열어 스털링 문제를 논의한다. 구단주 투표에서 3/4 이상의 표가 나오면 스털링은 강제로 팀을 매각하고 구단주에서 물러나야 한다. 스털링은 자산이 19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다. 스털링은 지난 1981년 1250만 달러(약 129억 원)를 주고 클리퍼스를 사들여 최장수 구단주로 남아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클리퍼스의 가치는 약 5억 7500만 달러(약 5939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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