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완벽해도 사랑만은 서툰 40대 여자와 불륜 치정까지도 아름답게 포장하는 순수한 20대 남자.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숨겨야할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위험하고 서로에게 해로운 일이며, 죄악으로 여겨지지만 둘이 만나야 서로에게 완전한 그림이 되기도 한다. 떳떳하게 드러낼 수도 없는 사랑이 과연 서로에게 진정한 치유를 줄 수 있을까.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2회에서는 오혜원(김희애 분)이 남편 강준형(박혁권 분)에게 이선재(유아인 분)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강요당하지만, 오히려 선재와 밀월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의문의 남자로부터 문자메시지로 협박당하고, 오직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랑이 극에 달한 것.
좋은 집과 좋은 차, 사회적인 위치, 그리고 허울뿐이지만 가족인 남편. 혜원이 선재와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 흔들릴 것들이 많았다. 서한예술재단뿐만 아니라 서필원(김용건 분) 일가의 깊숙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는 혜원은 선재와의 사이가 밝혀지면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 어쩌면 부까지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혜원이 선재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가 주는 치유의 힘 때문이다. 과거 선재와 같은 나이, 혜원은 오로지 피아노만 보며 달렸고, 피아노를 포기한 후에도 서영우(김혜은 분)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서한예술재단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마작패로 맞고, 온갖 더러운 시중을 들면서 물세례를 받아도 그저 참고 일할 뿐이었다. 투정부리는 남편을 달래는 것도 혜원의 일. 하루 종일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주위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그런 혜원에게 선재는 피아노로 위로를 건넸다. 잊고 있던 혜원의 꿈을 다시 생각나게 했으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빛으로 혜원을 매료시켰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치이고, 집에서는 남편 때문에 피곤한 혜원을 배려하는 마음도 누구보다 컸다. 물론 적극적인 구애로 남자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재는 어떤 사람보다, 가족보다 더 혜원을 아끼고 잘 이해했다. 혜원은 선재와의 음악적인 교감뿐 아니라 배려하고 아껴주는 또 이해해주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선재에게도 혜원은 치유와 위로의 존재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르고 삶에 치여 힘겹게 살던 선재에게 웃으며 처음으로 "특급칭찬'을 해줬고, 재능을 일깨워준 이가 혜원이었다. 선재는 그 순간부터 혜원을 운명적으로 선생님이라 정하고 따랐다. 또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피아노를 칠 용기까지 없었던 선재를 설득하고, '지옥'에서 구해준 이 역시 혜원. 선재가 혜원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해줬듯, 혜원은 선재에게 살 이유를 줬다.
하지만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 채고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위험하기만 하다. 서로에게는 위로와 치유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고, 또 누군가에게는 혜원을 끌어내릴 무기로도 작용한다. 혜원과 선재의 위험한 사랑이 서로에게 힘을 주듯이 아름다운 결말로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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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