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만에 1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민병헌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결승타가 된 선제 3점홈런 포함 4타수 1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두산은 민병헌의 홈런을 앞세워 7-1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벗어나 13승 11패가 됐다.
최근 허리가 좋지 않아 자신의 자리인 1번 타순을 3경기 연속 정수빈에게 내주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민병헌은 4경기 만에 1번타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선발 라인업에 다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첫 경기에서 인상적인 홈런포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민병헌의 홈런은 양 팀 선발인 홍상삼과 하영민이 모두 무실점으로 버티고 있던 3회말에 나왔다. 1사 1, 2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선 민병헌은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높은 코스에 들어온 하영민의 포심 패스트볼(139km)을 놓치지 않고 공략해 좌측 펜스를 넘기는 선제 3점홈런(비거리 120m)을 뽑아냈다. 이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이종욱이 떠난 두산의 새 1번이 된 민병헌은 찬스 메이커인 동시에 해결사다. 이날 이전까지 민병헌의 시즌 타율(.351)은 득점권 타율(.353)과 대동소이했다. 테이블 세터로서 찬스를 만드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면, 자신에게 온 찬스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팀이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다.
민병헌의 득점권 타율은 하위타선의 출루가 있어 빛이 났다. 이번 시즌 주로 8번과 9번으로 뛴 김재호와 정수빈이 이날 이전까지 각각 .383, .400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민병헌에게 찬스를 제공했고, 민병헌은 이를 타점으로 연결했다. 이날 3점홈런 포함 민병헌은 1번임에도 5월에 접어들기도 전에 18타점을 쓸어담았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인 65타점을 쉽게 넘어설 페이스다.
그렇다고 팀 공격을 시작하는 1번타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4할을 훌쩍 넘기고 있는 높은 출루율은 말할 것도 없고, 도루도 5차례 시도해 1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시켰다. 지난 2007년 30도루도 해냈던 만큼 20개 이상의 도루는 올해도 충분하다.
장타력이 향상되며 이번 시즌에는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시즌 때린 9홈런이 한 시즌 최다 홈런이지만, 민병헌은 벌써 3홈런으로 팀 내 홈런 공동 3위다. 주자가 없으면 찬스를 만들고, 있으면 점수로 만드는 민병헌은 특유의 다재다능함으로 두산 1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민병헌은 최근 현대야구에서 강조되는 1, 2번타자의 찬스 해결 능력이 극대화된 케이스다. 1, 2번은 중심타선을 위해 찬스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전통적인 야구관으로 보나, 타점 생산 능력으로 보나 민병헌은 최고의 1번이다. 두산 타선의 첫 번째 해결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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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