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다시 한 번 승리를 놓치며 시즌 11경기째 무승(4무 7패)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무득점 악몽을 깬 것이 더욱 중요한 성과였다.
인천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 FC서울과 경기서 2-3으로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패배로 인천은 10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으나 11경기 연속 무승(4무 7패) 탈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인천에 있어 하나의 큰 전환점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 속에서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오던 9경기 연속 무득점의 악몽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석현과 주앙파울로를 제외하고 새로운 얼굴들로 라인업을 채워 넣은 김봉길 감독의 신선한 파격 속에 인천은 실로 오랜만에 멀티골을 터뜨리며 꽉 막힌 득점의 수맥을 뚫었다.

그동안 인천을 혹독하게 괴롭힌 것은 무득점의 악몽이었다. 인천은 지난 3월 9일 상주 상무와 개막전서 2골을 넣으며 2-2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치러진 9번의 K리그 클래식 경기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10라운드 포항전 무득점으로 대전 시티즌이 가지고 있던 7경기 연속 무득점(2008년 10월~2009년 3월) 기록도 갈아치웠다. 골이 없으면 승리도 없는 법, 승점 4점으로 리그 최하위인 12위에 머물러있는 인천의 봄은 가혹했다.
서울과의 FA컵은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K리그 클래식팀간의 경기였지만, 상대 서울도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3)에 빛나는 강팀의 위용은 데얀과 하대성의 이적과 아디의 은퇴가 불러온 공백에 묻혔고 서울은 9라운드까지 인천보다 한 계단 위인 1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경인더비에서 그동안 인천이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하면 부진한 서울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ACL과 10라운드 슈퍼매치 승리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한 서울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서울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명단에서 제외하고도 전반 1분과 후반 1분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인천의 밥상에 재를 뿌렸다. 결국 인천은 서울에 2-3으로 패하며 시즌 첫 승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시즌 11경기 무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경기 만의 무득점 악몽 탈출이었다. 골을 넣을 수 있다면, 승리는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쉬운 패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지를 불사르며 막혀있던 골맥(脈)을 뚫은 인천, 이날 경기서 터뜨린 그들의 2골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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