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에게 이런 날이, 수비 실책에 번트 실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30 22: 21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날이었다.
한화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2)에게도 꼬이는 날이 있었다. 정근우는 3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와 홈경기에 3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지만 한화는 4-6으로 패했다. 정근우답지 않은 수비 실책과 번트 실패가 아쉬움으로 남은 한판이었다.
먼저 정근우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비 실책이 나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21경기에서 정근우의 실책은 단 하나 뿐. 그것도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 초반 아쉬운 수비 실책으로 대량 실점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롯데가 1-0으로 리드한 2회초. 1사 1루에서 롯데 정훈이 2루 땅볼 타구를 날렸다. 롯데는 히트앤런 작전을 걸었고, 1루 주자 문규현이 2루로 향했다. 문규현이 2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2루수 정근우의 시야가 공에서 떨어졌고,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채 떨어뜨렸다.
정근우라면 당연히 평범한 땅볼 아웃이 될 타구였기에 아쉬웠다. 가뜩이나 불안감을 키워가던 클레이는 정근우의 실책 이후 전준우와 손아섭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폭투까지 범하며 3실점했다. 스코어가 0-4로 벌어지며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더욱 아쉬운 장면은 6회말 공격에서였다. 2-5로 뒤진 한화는 김회성과 김태완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으나 이용규와 고동진이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어졌다. 그럼에도 한화가 기대할 수 있었던건 다음 타자가 정근우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정근우 타석이 되자 좌완 강영식을 내리고 언더핸드 정대현을 투입했다. 정근우는 초구 파울에 이어 2구째 갑작스럽게 기습번트를 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기 위함. 그러나 타구가 완만하게 떴고, 투수 정대현이 잡으며 득점 찬스가 허무하게 끝났다.
정근우는 8회 2사 1·2루에서 보란듯 좌측에 날카로운 1타점 2루타를 작렬시키며 추격을 알렸다. 한화는 정근우의 2루타에 이어 김태균의 3루 내야 안타로 5-4까지 추격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잔루 14개를 남긴 타선의 집중력 부재도 문제였지만 정근우답지 않은 수비 실책과 번트 실패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천하의 정근우에게도 안 풀리는 날이 있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고, 한화도 경기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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