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희걸(33)이 개명 대열에 합류한다.
30년 넘게 사용했던 김희걸(金熙杰) 대신 김건한(金建翰)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다음주 법원에 개명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희걸에게 개명 이유를 묻자 "바꿔 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희걸은 2001년 프로 데뷔 후 유망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K, KIA, 삼성 등 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 고심 끝에 개명을 결심한 만큼 야구를 향한 강한 의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쉬웠던 과거를 모두 떨쳐내고 분위기를 바꾼 만큼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김희걸은 보직은 추격조. 필승조와 달리 등판 시점이 불규칙하고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정상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와도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김희걸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행복하다. 올 시즌 12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리없이 1패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3.75. 외형상 성적과는 달리 팀 기여도는 높다. 전훈 캠프 때 김태한 투수 코치의 조언 속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는 후문.
김희걸에게 올 시즌 호투 비결을 묻자 "축이 되는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김태한 코치님의 조언 이후 확실히 좋아졌다. 그리고 몸쪽 승부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구위는 많이 좋아졌다. 직구 스피드는 예전 만큼 나오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팬들은 김희걸을 두고 '애니걸'이라고 부른다. 팀이 원하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제 역할을 소화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구단 직원을 통해 알게 됐다"고 웃은 뒤 "작년보다 경기도 많이 나가게 돼 기쁘다. 현재 페이스는 좋은 편인데 계속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흐름을 탔으면 좋겠다". 김희걸은 최근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유망주의 그늘에 머물렀던 그는 올해 들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김희걸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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