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이 점점 추신수(32, 텍사스 레인저스)를 닮아가고 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4월 팀 MVP로 투수 중에서는 유희관을 꼽았고, 타자 중에서는 민병헌을 거론했다. 4월 30일 잠실 넥센전에서 때린 선제 3점홈런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병헌은 4월 말까지 팀이 치른 2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46, 3홈런 4도루로 맹활약했다. 선발에서 제외된 적은 있었지만, 결장은 아직까지 없다.
민병헌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종욱이 떠난 팀의 1번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1번 타순에서 보일 민병헌의 활약 여부는 두산의 여러 변수 중 하나였지만, 이제 1번은 두산의 가장 든든한 타순이 됐다. 민병헌은 찬스를 만드는 것은 물론, 직접 해결하는 해결사 본능까지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현재 민병헌은 .413의 출루율과 .564의 장타율로 OPS가 .977에 달한다. 시즌 초 페이스가 무척이나 뜨거웠던 박용택(LG, OPS .862)보다도 앞선다. 출루율은 박용택(.464)가 민병헌에 우위를 보이지만 장타율에 있어서는 민병헌이 좋다. 도루 성공률도 5번 중 4번을 성공시킨 민병헌이 50%의 확률로 3차례 성공한 박용택보다 뛰어나다. 박용택도 최고의 1번이지만, 민병헌도 뒤질 것은 없다.
출루 능력과 장타 생산력을 동시에 갖춘 1번이라는 점에서 민병헌은 추신수와 비슷한 유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리그는 다르지만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민병헌은 두 자릿수 홈런과 20개 이상의 도루, 0.9에 가까운 OPS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출루 능력은 추신수와 비교할 수 없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타율이 .289인 데 반해 출루율은 .391로 출루율이 타율에 비해 1할 이상 높다. 민병헌의 이번 시즌 출루율도 .413으로 좋지만, 타율 대비 출루율은 추신수에 미치지 못한다.
민병헌도 출루율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민병헌은 “두 자릿수 홈런보다 타점과 출루율에 신경 쓰려고 한다. 앞으로 타율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3할을 유지한다면 출루율은 4할을 꼭 하고 싶다”며 출루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출루율이 개선되면 도루 누적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허리가 좋지 않아 최근 7경기에서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4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만큼 민병헌은 도루에 일가견이 있다. 스스로 밝힌 이번 시즌 도루 목표는 30개 정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1번타자인 추신수와 직접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번타자로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민병헌은 점점 추신수와 비슷한 유형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과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인 65타점을 넘는 수치, 3할 이상의 타율과 4할 이상의 출루율, 30개 안팎의 도루를 모두 이루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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