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와 관심 속에 선을 보인 9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저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은 일정을 모두 봐야겠지만 일단 4월까지는 ‘먹튀’가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팀의 복덩이로 자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4월 일정이 모두 끝난 가운데 타격 지표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다. 30일까지 리그 전체에서는 191개의 홈런이 터졌다. 그런데 이 중 외국인 타자 9명이 41개를 합작했다. 비율이 21.5%에 이른다. 그렇다고 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9명의 타자 중 야마이코 나바로(삼성)가 2할8푼7리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8명은 모두 3할 이상을 때리고 있다. 출루율이 4할이 넘는 선수도 5명(히메네스, 스캇, 리티노, 필, 테임즈)이나 된다.
타격 지표에서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루이스 히메네스(롯데)는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4할1푼4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규정타석에 진입했다. 이재원(SK)에 이어 리그 2위다. 비니 로티노(넥센)는 타격 3위, 브렛 필(KIA)는 5위다. 홈런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독식이 도드라진다. 조쉬 벨(LG)이 8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호르헤 칸투(두산)와 에릭 테임즈(NC)는 나란히 6개씩을 치며 공동 2위다. 그 외 히메네스, 필, 루크 스캇(SK), 나바로까지 4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각 팀에서 활용도도 높다. 스위치 히터인 벨은 3할1푼3리의 좋은 타율과 8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상위권에 위치하며 전형적 거포가 부족했던 LG 타선의 약점을 메우고 있다. 히메네스는 ‘제2의 호세’라는 별명을 얻으며 부산 팬들의 절대적인 지리를 모을 기세다. 득점권 타율이 4할4푼4리에 이르고 출루율도 5할2푼1리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로티노는 홈런이 하나 밖에 없지만 3할7푼8리의 높은 타율과 4할5푼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 중이다. 외야수, 포수 등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값어치도 환하게 빛난다. 올 시즌 외인 타자 중 최고의 반전이라고 할 만하다. 테임즈는 타율 3할7리, 6홈런, 1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4할9리로 좋은 편이다.
필은 정교함과 장타력을 갖춘 선수로 시범경기 부진을 완전하게 씻어냈다. KIA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바로는 유일하게 3할이 되지 않는 외국인 선수지만 4개의 홈런과 17타점을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4할1푼2리에 이른다. 펠릭스 피에(한화)는 공·수·주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쳐 한화 팬들의 새 스타로 떠올랐다. ‘제2의 데이비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뛰어났던 스캇은 3할1푼4리와 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가 1.037로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3번째다. 손목 부상으로 결장 기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르헤 칸투 역시 6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6할4푼2리의 장타율은 히메네스에 이은 외국인 선수 2위. ‘못하는 선수’가 없고 단지 ‘좀 더 잘하는 선수’가 있을 뿐인 외국인 선수 농사가 앞으로는 어떤 결과물을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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