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본좌’ 배우 김명민이 또 다른 직업의 캐릭터에 도전했다. 이번엔 변호사다. 지난해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김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돌아온 그는 역시나 흡입력 높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30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서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인공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를 중심으로 그가 있는 로펌의 대표 차영우(김상중 분), 우연한 사건으로 김석주와 엮이게 되는 로펌 인턴 이지윤(박민영 분) 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드라마는 차영우 로펌의 주인공 김석주가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편에서 강제 노역 피해자들에 맞서 변호를 펼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그만큼 차영우 로펌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회사였고, 냉혈한 김석주는 그곳의 에이스 변호사였다.

김석주가 맡은 다음 케이스는 대기업 2세의 강간 치사 사건. 그는 로펌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던 기업을 위해 변호를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제쳐둔 채 무죄 입증에만 집중했다. "무죄라는 건 말이야.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야. 죄가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다는 말이지"라는 차영우의 대사는 변호사로서 김석주와 차영우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었다.
주인공 김석주는 앞으로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에 걸릴 인물이다. 때문에 드라마 초반 김명민은 냉정하고 도덕성과 윤리성을 배제한 채 승리에만 연연하는 냉혈한 김석주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집중했다. 차가운 표정과 안정감 있는 발성, 발음으로 표현되는 극도로 정제된 인물 김석주는 기억을 잃은 뒤 변화될 그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여자주인공 이지윤 역의 박민영은 시종일관 통통 튀는 상큼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김명민은 여러모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박민영과도 묘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며 법정 드라마 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영우 역의 김상중과는 기억상실증 이후의 대결을 기대케 했다. 현재 두 사람은 손발이 맞는 상사와 우수직원이다. 그러나 김석주가 기억상실증을 앓게 될 경우, 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우수한 두뇌로 최고의 실력과 '꼼수'를 보여주는 두 사람인 만큼 이들의 갈등과 대결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김명민은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의 제국'에 이어 드라마에서 또 한번 '냉혈한'인 인물을 연기한다. 그럼에도 이번에 그가 맡은 김석주 역할은 지난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갖고 있었다. '하얀거탑'에서는 고뇌하는 천재,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까탈스런 예술가, '드라마의 제국'에서는 허세 가득한 드라마 제작자였다면 이번엔 승리에만 집중하는 승부사다. 돌아온 '연기 본좌'의 연기력이 어떻게 드라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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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