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멀티골' 카이오, "동료들 승리 원동력" 갸륵한 마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5.01 07: 08

"골 넣어서 기분 좋다."
전북 현대는 지난달 30일 오후 광양축구전용구장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32강서 전남 드래곤즈와 호남 더비를 치렀다.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전북 2-0 승)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만남이었다. 후반 38분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섰다. 전반 42분 최보경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박준태에게 만회골을 허용했다. 승리의 여신은 결국 전북에게 미소를 지었다. 주인공은 외국인 공격수 카이오였다. 전북은 경기 막판 터진 카이오의 2골(페널티킥 1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하며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전남은 올 시즌 리그 4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스테보, 이종호, 한영민, 안용우 등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1.5군 선수들이 독기를 잔뜩 품고 나왔다. 하석주 전남 감독도 경기 전 "'절박함을 안고 들어가라. 이 경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어라'"고 강하게 동기부여를 줬다면서 "베스트로 맞붙어서 졌기 때문에 새로운 스타일의 선수들을 넣었다"며 전현철 심동운 박준태 등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전북은 이날 고육책으로 2진급 선수들을 내세웠다. 골키퍼 권순태를 포함해 2~3명을 제외하곤 모두 로테이션 멤버이거나 신인 혹은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던 이들이 출격했다. 이동국의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 공격수 카이오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카이오는 후반 39분 이승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2-1 리드를 이끌었다. 모두가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카이오의 그림 같은 쐐기골이 터졌다. 아크 서클 근처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을 골문 구석에 꽂아넣었다. 전남의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도 손 쓸 수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카이오는 경기 후 "2골을 넣었고, 팀이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면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아 부담감이 있었는데 자신 있게 찼고, 골로 연결되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카이오는 "우리는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백업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서 경기에 나섰는데 승리를 거뒀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팀 색깔에 잘 맞게 경기한 것이 좋았다. 자주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들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면서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의연함을 보여줬다.
카이오는 그간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2골에 그쳤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 무대 첫 필드골과 함께 첫 멀티 골을 터트리며 향후 활약을 예고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일본에서 오랜 시간 생활했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카이오는 "지금도 100%는 아니다. 점차 컨디션이 올라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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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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