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3인방 조쉬 벨(28) 코리 리오단(28) 에버렛 티포드(30)가 동반 활약과 함께 대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벨이 홈런 8개로 홈런레이스 선두에 있는 가운데, 리오단과 티포드도 한국무대 적응을 마쳤다. LG가 9개 구단 중 넥센 다음으로 적은 투자를 했다는 게 정설이지만, 효과는 어느 팀 못지않다.
처음에는 기대보단 우려가 짙었다. 지난 1월에 입단한 벨과 리오단은 메이저리거보단 마이너리거에 가까웠다. 다른 팀 외국인선수처럼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확실한 게 아닌, 미국서도 재능을 피우지 못한 유망주였다. 1선발 에이스투수 역할을 할 티포드도 스프링캠프 후 입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LG와 사인했다. 마이너리그에선 선발투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불펜투수였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또한 불펜투수로 뛰었다.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선발투수로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벨이 시범경기서 타율 1할6푼을 기록하고, 리오단이 잠실구장 만원관중에 압도당할 때만 해도 우려는 현실이 될 듯했다. 하지만 벨은 페넌트레이스 두 번째 경기부터 홈런포를 가동했고, 장타력과 선구안을 동시에 과시하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LG 타자들 또한 “솔직히 벨이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 A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던 리오단은 4월 27일 잠실 KIA전서 8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닝이터 본능을 과시하며 코리안 드림을 응시하고 있다. 티포드도 우려를 불식,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경쟁력을 증명 중이다.

▲ 조쉬 벨, LG 프랜차이즈 최초 홈런왕?
LG는 그동안 홈런과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데에 따른 불리함이 컸지만, 어쨌든 단 한 번도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MVP가 전무한 것 역시 홈런왕 부재 때문이다.
그만큼 벨은 LG에 있어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지난해 LG는 어느 타자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고 팀 홈런도 59개로 8위에 그쳤다. 타자들의 집중력은 어느 팀 못지않았지만, 시원한 한 방으로 주자를 쓸어 담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LG 스카우트진은 지난겨울 장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마이너리그를 정복한 크리스 콜라벨로부터 메이저리그에 자신의 자리가 없었던 브렛 필까지 강타자들의 대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콜라벨로는 미네소타 잔류를, 필은 KIA와 계약했는데,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벨을 영입한 게 베스트 시나리오가 됐다.
무엇보다 벨은 3루수다. 이미 정성훈은 2013시즌 후 1루 전향이 확정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과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뛰며 컨디션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장타력을 갖춘 3루수가 야수진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는데 벨이 그 역할을 수행 중이다.
벨이 균형 잡힌 스위치타자란 것도 큰 강점이다. 벨은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2할7푼5리 홈런 5개,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9푼4리 홈런 1개,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론 타율 2할6푼7리 홈런 2개를 기록 중이다. 좌타석에선 장타력이, 우타석에선 정교함이 드러나고 있다. 좌우가 불균형을 이뤘다면, 상대팀은 벨을 특정 타석에 세우기 위해 투수를 교체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투수가 나오든 벨은 중심타자 역할을 다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자세다. 이진영은 벨을 두고 “스프링캠프부터 배우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꽤 많은 외국인타자를 봤는데 벨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신경식 타격코치 또한 “벨이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무대를 택했다더라. 미국 같은 경우 워낙 선수가 많으니까 우리나라처럼 코치가 붙어서 지도하는 경우가 드물다. 벨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서 그저 정해진 대로 타격연습·수비연습만 해서는 절대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LG서 뛰는 게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더라”고 벨의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벨은 신 코치의 주문에 따라 타격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갔고,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상대투수가 인코스를 집중 공략하자 스탠스에 변화를 주면서 몸쪽 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항상 코칭스태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벨이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경우, 홈런 44개를 기록하게 된다. LG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0시즌 스미스의 35개다. 1998시즌 마지막 잠실 홈런왕이 된 두산 우즈는 당해 42개를 쳤다.
▲ 코리 리오단, 놓칠 수 없는 코리안 드림
리오단에게 있어선 한국프로야구가 곧 메이저리그 무대일지도 모른다. 리오단은 단 한 번도 3만명에 가까운 관중 속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팬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최근 7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있는 야구인생을 살았다.
그만큼 리오단은 절박하게 매 경기를 치르고 있다. 포수 윤요섭은 리오단을 두고 “외국인투수가 이렇게 절실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처음 봤다. 10년 동안 마이너리그에만 있던 투수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 던지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면서 “기본적으로 공이 좋은 투수인 만큼, 힘을 합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단계만 올라서면 매년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오단의 장점은 빠른 투구템포와 패스트볼이다. 외국인투수를 기준으로 삼아도 리오단의 투구템포는 한 박자 앞서 있다. 지난 4월 27일 잠실 KIA전서도 KIA 타자들은 수차례 타임을 요청하며 리오단의 템포에 끌려갔다. 속공으로 상대 타자에게 압박을 가했고 낮게 깔리는 포심과 투심패스트볼로 쉽게 범타를 유도했다. 커브의 각도도 상당히 크고 투구폼 자체가 공을 숨기고 나오기 때문에 타자는 자칫하면 말려버린다.
▲ 에버렛 티포드, ‘변화’택한 좌완 파이어볼러
대부분의 투수들은 선발투수로 뛰기를 바란다. 2011시즌부터 메이저리거가 된 티포드 또한 선발투수로 성공을 바라봤다. 그러나 티포드의 소속 팀 캔자스시티는 매년 무섭게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티포드는 자리를 잃었다. 미래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다른 투수들이 자리를 꿰찼다. 2014시즌 캔자스시티는 아메리칸리그 다크호스가 됐고, 티포드는 설상가상으로 불펜서도 자리를 잃었다. 좌완 파이어볼러에 대한 수요는 어디든 있지만, 캔자스시티 밖으로 나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티포드가 한국에 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변화’였다. 프로 입단 후 7년 동안 캔자스시티 한 조직에만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봤다. 티포드가 LG 유니폼을 입기 전 서울과 LG 트윈스에 대해 공부한 것도 변화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티포드의 영입과정을 놓고 “스프링캠프 종료시점에 맞춰 선수와 계약하는 게 쉽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 진입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설사 엔트리에서 제외되더라도 스프링캠프까지 해놓고 타국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을 어색해했다”며 “하지만 티포드는 달랐다. 스스로 캔자스시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야구를 하길 원했다. 변화가 자신을 더 나은 야구선수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고 있더라”고 말했다.
티포드가 LG를 두고 ‘뉴욕 양키스’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택한 새 환경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티포드는 “캔자스시티는 담당기자가 2, 3명밖에 없었다. 전에 잠실구장 기자실을 가보니 기자가 15명이 넘었다. 마치 뉴욕 양키스서 뛰는 것 같다. 내가 잘 던지면 그만큼 잘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뜻 아닌가. 내게 필요한 일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선이 많다고 해서 부담은 없다”고 웃었다.
변화에 만족한 티포드는 빠르게 투구수를 늘렸고, 예상보다 일찍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부터 150km의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더니 지금까지 선발 등판한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31으로 활약 중이다. 포심패스트볼 커브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중 버릴 구종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고르게 구위가 좋다. 견제 능력도 뛰어나 외국인투수 필수코스인 퀵모션 수정도 필요 없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리즈를 대체할 1선발 에이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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