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이 ‘명민좌’ 명성에 걸맞는 무결점 연기로 ‘개과천선’을 향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매번 드라마틱한 변신을 거듭해온 김명민이 ‘개과천선’을 통해 선보이는 역할은 악마도 변호하는 변호사, 이른바 Devil's Advocate(데블스 에드버킷)이다.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MBC 스목드라마 ‘개관천선’ 2회에는 승소를 위해 피해자의 인격 살인도 서슴지 않는 냉정하고 잔인한 김석주(김명민 분)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자신의 의뢰인 박동현(이정헌 분)의 강간 혐의를 놓고 엘리트 검사 이선희(김서형 분)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친 김석주. 그는 정혜령(김윤서 분)이 과거 찍었던 나체사진까지 공개하며 정혜령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또 김석주는 정혜령이 자신의 의뢰인으로부터 매달 천만원 상당의 돈을 받은 내역을 공개, “매달 지급되던 생활비가 중단되자 합의해온 관계를 강제라고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며 피해자 정혜령을 부도덕한 여배우로 몰아세웠다.
이에 이선희는 혜령의 성폭행 진단서와 함께 부서진 전화기를 증거로 제출, 박동현의 폭행과 협박에 의한 성관계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석주는 자신의 의뢰인이 정혜령을 폭행했다는 불리한 증거가 나오자, 그의 남자친구 이동민(송원근 분)을 매수해 정혜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성병에 걸려 치료받은 적이 있는 정혜령의 의료기록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인격 살인을 저질렀다.
결국 혜령은 남자친구의 배신에 충격을 받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목숨은 구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혜령은 박동현과 합의하며 김석주와의 재판에 두 손을 들었다. 김석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축배를 마셨으나, 이지윤(박민영 분)은 김석주의 잔혹한 심문에 실망하고 정의가 말살된 현실에 분노했다.
국민 정서를 져버린 김석주의 행보에 가족들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김석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나무라는 아버지에게 “아버지처럼만 사는 것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버지야말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십시오. 대의명분 청렴결백한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든 나머지 평생 고생한 엄마 마지막까지 혼자 두신 분이잖아요”라고 싸늘하게 응수했다.
김석주가 이처럼 돈과 명예를 쫓는 악마의 변호사가 된 데는 가정환경이 큰 원인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늘 냉철하고 논리 정연한 석주지만, 그렇다고 가족의 비난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 석주는 캄캄한 집에서 고독을 삼키며, 성공 강박에 빠진 자신의 외로운 내면을 내비쳤다.
‘개과천선’은 거대 로펌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 분)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된 변호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법정드라마. 극 중 높은 승소율을 자랑하는 거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를 맡은 김명민은 긴장감 넘치는 법정 공방신을 치열하게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중후한 목소리로 날카로운 질문을 연이어 던지며 피해자를 궁지로 모는 장면이 압권. 그러면서 김명민은 절친한 의뢰인의 죽음에 동요하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애완견의 상태를 걱정하는 일말의 인간미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울러 의문의 사고를 당한 그가 기억을 잃은 후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반전 연기는 무엇을 연기하든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명민의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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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