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vN '꽃보다 할배' 시즌1을 통해 프랑스, 스위스, 대만까지 다녀온 H4 할배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이서진이 시즌2를 맞아 스페인을 방문, 오늘(2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동일한 제작진(극본 이우정, 연출 나영석)과 출연진, 비슷한 콘셉트에 장소만 스페인으로 바뀐다고 더 이상의 신선한 '뭔가'가 있을까 우려했던 건 기우였다.
첫 배낭여행에서 약간의 긴장감과 어색함을 보였던 할배들이 이번 여행에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변해 능동적으로 참여했음은 물론, 한참 후배인 짐꾼 이서진과의 호흡도 무르익었다. 화면에 담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던 스페인의 풍광과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유적지는 안방극장에 앉은 시청자들에게 실제 배낭여행을 떠나는 듯한 가상체험으로, 대리만족을 십분 느끼게 했다.
# '대리만족 된다'…TV로 스페인을 느끼다

한낱 TV프로그램 몇편이 생전에 가보지도 못한 스페인 여행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리는 게 가능할까. 대답은 '예스'였다.
'꽃보다 할배2'는 시청자들의 스페인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물론, '현실'에 발이 묶여 쉬이 배낭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대리만족케 했다. 일부 여행 다큐프로에서 정확한 정보전달과 단순 보여주기식 화면으로 몰입도를 감쇄시켰다면, '꽃보다 할배2'는 실제 어설픈 모습을 탑재한 출연진들이 돌발상황에 당황해하는 모습이나, 여행지에서 얻은 조그마한 기쁨에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때론 화면 속으로 난입해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고, 때론 묵묵히 그들 곁에서 관찰자로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 고군분투했다.

스페인을 가보지도, 스페인 서적은 읽어본 적도 없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꽃보다 할배2'를 보고 천재 건축가 가우디와 구엘공원 등 그의 생전의 작품들을 알게 됐다.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세비야의 대성당, 론다의 협곡, 마드리드의 솔광장과 프라도 미술관 등으로 마음 속 여행욕을 해소했다. 헬리캠을 적극 활용한 제작진은 매회 시청자의 눈을 호강시켰다.
# 코너 속 코너 '꽃할배의 별미로세'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전달, 한 화면에 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동반출연, 미처 알지 못했던 이서진 매력의 재발견 등 '꽃보다 할배'는 다양한 요소들이 잘 버무러진 방송으로 시즌2 역시 첫방송부터 방송되는 내내 큰 호응을 얻었다.
메인 여행 스토리와 함께 돋보였던 건, 제작진의 편집으로 탄생한 일부 '코너 속 코너'들이었다.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제작진과 어떻게든 이를 벗어나려는 이서진의 두뇌게임은 매회 웃음을 자아냈으며, 할배들을 위한 식사를 위해 다양한(?) 요리에 도전하는 이서진의 모습 역시 볼거리를 만들며 (물론 기획되지도 않은) '요리왕 서지니' 프로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도 했다. 심지어 후반부엔 렌트카와 내비게이션도 의인화되며, 한정된 소스를 풍성하게 만든 재료로 활용됐다.
감동은 할배들의 개인 인터뷰에서 배가됐다. 평균나이 77세, 총합 306세의 명배우 H4의 한마디 한마디는 많은 이들의 심장을 찡하게 울렸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랜 삶에서 우러나온 인생 지침서 같은 울림을 시청자에게 안겼다.
# 즐거우니 청춘이다 '할배들의 열정, 스페인에 딱!'
아프니깐 청춘이다? 즐거우니 청춘이다. 할배들의 스페인 배낭 여행기는 보는 것만으로 여전히 그들의 가슴속에 자리잡은 뜨거운 '청춘'을 느끼게 했다. 정열의 나라로 잘 알려진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그들이 내비쳤던 노년의 열정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가이드 이서진 없이 시작했던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순대장' 이순재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이후에도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의 능동성도 줄곧 돋보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불편함을 다소 감수하면서 직접 여행에 참여하는 할배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여행사가 짜준 프로그램에 그저 몸을 맡기는 인스턴트식 여행에 익숙한 일부 젊은이들조차 무색케 했다.
앞서 "레귤러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던 나영석 PD도 연이은 히트에, 시즌3를 조심스럽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최근엔 전 직장인 KBS에서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신효정 PD, 최재영 작가도 합류했다. 나 PD는 "우리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가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강해, '꽃할배' '꽃누나' 후속프로그램이 또 다시 여행 콘셉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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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꽃보다 할배'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