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 LA 다저스 우완 투수 레드 패터슨은 2일(이하 한국시간)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겟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꿈같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비록 우천으로 인해 치러지는 더블헤더 2차전으로 인해 한 명 늘어난 액티브 로스터에 들어와 해당 경기에만 뛴 뒤 다시 빠져야 하는 임시선발이지만 메이저리그 데뷔는 데뷔다.

‘truebluela.com’의 다저스 전문기자 에릭 스테판에 의하면 패터슨은 1964년 6월 22일 27세 이틀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래리 밀러 이후 가장 많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다저스 투수다. (자국프로리그에서 뛰었던 일본인 선수들 제외) 스테판은 1987년 5월 11일 생으로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27세다.
4월 30일로 예정됐던 미네소타전이 악천후로 순연돼 2일 더블헤더를 치르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되자 다저스 담당기자들 사이에는 2일 더블헤더 2차전에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는 마이너리그 투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1일에는 패터슨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저스의 40인 로스터에는 없는 이름이었다.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던 맷 마길이나 스테판 파이프 대신 패터슨을 콜업하려면 기존 40인 로스터에 들어 있는 누군가를 제외하는 지명할당조치를 취해야 하고 패터슨과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해야 한다.
이런 간단치 않은 절차에다 돈 매팅리 감독은 1일 경기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를 콜업할 수 있다”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데려올지 언급하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아마”라는 전제를 붙여 패터슨의 이름을 거명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매팅리 감독의 인터뷰를 전후해 패터슨이 소속 돼 있던 앨버커키 관계자의 언급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패터슨이 감기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지 못할 것이다.’ 등등의 소문이었다. 지난 4월 25일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이 패터슨 콜업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였지만 오히려 감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둔갑한 것이다.
결국 2일 아침 다저스가 패터슨과 메이저리그 계약사실과 외야수 닉 버스를 지명할당 했음을 공표하면서 패터슨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공식적인 것이 됐다.
사연 많았던 등장 못지 않게 야구선수 패터슨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백넘버 51번을 달고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텍사스주 출신인 패터슨은 고교를 졸업하고 커뮤니티 칼리지(2년에 졸업할 수 있는 초급대학)에 진학했다. 4년제 대학 어디에서도 장학금을 주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4년제인 오클라호마 대학에 갔지만 유급됐다. 다음 해 텍사스-샌 안토니오 대학에서 1년간 선수로 뛴 다음 다시 사우스웨스턴 오클라호마 주립대로 가서 마지막 한 해를 보냈다.
고교 때부터 스카우트들로부터 ‘투구폼에 문제가 있어 얼마가지 않아 부상을 당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고 야구로 유명한 학교에서 4년 내내 뛴 것도 아니어서 2010년 드래프트에서 다저스가 무려 29라운드에 지명한 것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계약금은 단돈 1,500달러였다.
패터슨은 이후 올 해까지 5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마이너리그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오프시즌에는 텍사스에 있는 명품백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이마저도 포기했다.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논 로스터 초청선수로라도 참가하기 위해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패터슨은 자신의 희망대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됐다. 초청선수로 참가한 다른 4명의 투수들은 모두 드래프트 5라운드 이내에서 다저스에 지명된 선수들이었다. 1,500 달러의 계약금은 같은 초청선수였던 잭 리가 2013년 받았던 525만 달러와 비교됐다.
하지만 패터슨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스프링캠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맷 마길 등이 중간에 보따리를 쌌지만 3월 30일 LA 에인절스와 프리웨이 시리즈에서도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패터슨의 스프링 캠프 성적은 5경기 구원등판서 11.2이닝 6피안타 4볼넷 1실점, 평균자책점 0.77이었다. 1패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 이 때의 활약이 매팅리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기억에 남아 전격적인 콜업이 이뤄지게 됐다. (현재 맷 마길과 파이프의 마이너리그 성적이 나쁜 것도 큰 이유다) 매팅리 감독은 “패터슨이 스트라이크를 잘 던질 줄 알아 기다리는 경향을 보이는 미네소타 타자들을 상대하기 좋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남이 보기엔 신데렐라의 등장이지만 메이저리그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패터슨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마이너리그 132경기를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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