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올바른 방법이 있다. 시기와 방법,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 마음은 반드시 전해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잡음이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정치와 외교관계, 그리고 야구판에까지 '진짜 사과'가 화두로 자리잡은 요즘이다. 사과는 받는 쪽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것이지 하는 쪽이 면죄부를 얻기 위해 하는 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에도 서로 사과할 일이 적지 않다. 몸과 몸이 서로 부딪히는 종목인만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한 직후 사과를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편은 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가 꺾인다'라는 이유 때문에 그냥 가벼운 몸짓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사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수도 있다.

그래도 지난주 주말 SK-롯데 3연전에서는 '프로야구에서 사과하는 올바른 방법'이 제대로 나왔다. 시리즈 첫 날이었던 지난달 25일, SK 선발투수 윤희상은 1회 롯데 1번 타자 김문호가 친 타구에 급소를 맞았다. 윤희상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김문호는 1루에서 윤희상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문호는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윤희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윤희상의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윤희상으로부터 '괜찮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 너무 마음쓰지 말라'는 답장이 왔다. 늦은 시간까지 윤희상의 연락을 기다리던 김문호는 그제서야 잠들 수 있었다.
바로 다음 날에는 SK 쪽에서 사과할 일이 생겼다. 6회초 박재상을 대신해 대주자로 1루에 나간 김상현은 나주환의 3루쪽 번트 때 2루에 슬라이딩을 하다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 온 문규현과 충돌했다. 문규현은 김상현 스파이크에 정강이 부분을 찍혀 크게 고통스러워했다. 김상현은 고통스러워하는 문규현에게 다가가 조용히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 문규현은 그대로 경기에 뛰었다.
사실 둘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군산상고를 졸업했다. 김상현이 문규현보다 3살 많아 함께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지만 동문이기 때문에 평소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과의 말을 전했던 김상현이지만 경기 후 문규현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뿔사, 그 사이 문규현의 전화번호가 바뀌었고 '형이다'라는 말로 통화를 시작했던 김상현은 머쓱하게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거니 문규현은 받자마자 김상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형 사과하려고 전화하신거에요? 저 괜찮아요. 일부러 그러신것도 아닌데 그냥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비 도중 스파이크에 찍히는 부상은 2루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 감정싸움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김상현은 "내가 후배한테 일부러 그랬겠어요. 정말 우연히 벌어진 사고이고, 규현이도 그걸 아니까 넘어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양 팀 모두 사과할 일이 있었을 때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당사자끼리 원만하게 해결했다. 어차피 1년 내내 그라운드에서 마주칠 사이이기 때문이다. 마침 롯데와 SK는 2일부터 이번에는 인천에서 만난다. 불과 일주일 만이다. 이게 바로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한 이유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