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좌완투수 유창식은 프로 3년 차인 2013년에도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했다. 25경기에 등판해 5승 10패 2홀드, 평균자책점 6.78에 그쳤다. 탈삼진(47개)보다 볼넷(54개)이 더 많았고, 수비 운까지 따라주지 않았다. 큰 기대와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3년 동안 그가 기록한 성적은 12승 21패 평균자책점 5.76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2일 현재까지 6경기에 선발로 나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 소화력도 좋아져 34⅔이닝을 던졌고,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피안타율도 전체 3위(.208)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 1.82는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 유창식의 이름이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맨 꼭대기에 올라간 순간이다.
유창식처럼 2014 프로야구에서 시즌 초반 '반전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는 각 부문 1위들이 적지 않다. 이제 1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으로 프로야구를 호령하고 있다.

다승 1위인 SK 우완투수 박정배 역시 마찬가지다. 박정배는 중간투수로 4월 한 달동안 5승(1패 5홀드)을 챙기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6경기에 등판, 16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전까지 통산 승수 합계가 11승에 불과하던 박정배는 한 달만에 지난 7년 동안 쌓았던 승수의 절반 가까이 채웠다.
SK 불펜 필승조인 박정배가 거둔 5승은 결코 동료들의 눈물로 얻은 게 아니다. 보통 불펜투수의 승리에는 블론세이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박정배는 자신이 거둔 5승 모두 동점, 혹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라와 무실점을 기록해 얻어낸 것이다.
현재 타격 1위인 SK 이재원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타자 루크 스캇 영입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실력으로 이겨내면서 1군에 굳건하게 자리잡았다. 2일 현재 이재원의 타율은 무려 4할6푼5리(71타수 33안타), 홈런 2개에 타점 17점을 기록 중이다. 타자 생산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OPS도 롯데 히메네스에 단 0.001 뒤진 1.207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사실 이재원은 타격 재능을 타고 난 선수였다. 2006년 SK가 1차지명을 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고 입단했고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을 포수로 거듭날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프로 통산 타율도 2할9푼2리로 결코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는 부상, 이재원은 야구가 잘 될만하면 계속해서 부상을 당했다. 또한 좌투수에 강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는데 플래툰의 대상이 되거나 대타로 출전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편견들을 모두 깨고 시즌 초반 좌투수, 우투수, 언더핸드 투수 가리지 않고 치는 중이다.
홈런 선두인 LG 조쉬벨 역시 반전드라마 주인공이다. 영입 당시 화려한 메이저리그 전적을 가진 타 구단 외국인타자와 비교했을 때 다소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지는 않았다. 김기태 감독도 '스위치히터 치고는 힘이 있다. 그렇지만 조금 자신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무서운 방망이솜씨를 뽐내고 있다. 홈런 8개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율도 3할1푼7리로 정교한 타격까지 겸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는 구단 역사상(MBC 포함) 단 한 번도 홈런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조쉬벨은 아직 누구도 밟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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