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개과천선', 이 사회 정의를 묻습니다
OSEN 임승미 기자
발행 2014.05.02 09: 47

이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는 걸까? 죄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과 돈을 이용해 죄를 덮으려 하고, 피해자는 오히려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2회에서는 김석주(김명민 분)의 의뢰인 박동현(이정헌 분)의 강간 혐의를 놓고 검사 이선희(김서형 분)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김석주는 "악마도 변호하는 게 내 일이니까"라고 말하는 냉혈한 변호사. 그는 박동현이 강간을 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승소를 위해서 피해자 정혜령(김윤서 분)을 한 순간에 수치스럽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석주에게 정의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그는 정혜령의 나체사진을 공개하고 성병에 걸렸다는 기록과 돈을 받고 관계를 했다는 주장까지 꺼내 들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거기다 남자친구 이동민(송원근 분)까지 돈으로 매수해 정혜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요구하기까지 이르렀다. 김석주가 원하는 것은 오직 승소였다. 그에게 진실과 정의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면 로펌 인턴 이지윤(박민영 분)은 달랐다. 김석주의 잔인하고 혹독한 심문에 실망하고 눈앞에 펼쳐진 정의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지윤은 정혜령을 찾아가 김석주 대신 본인이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또 정혜령이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가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은 이지윤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정혜령은 박동현과의 싸움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 이지윤을 합의 창구로 이용하기로 했다. 이에 이지윤은 김석주를 찾아가 정혜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실추된 명예 회복, 남은 계약 종료,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석주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받아 쳤다. 그러자 이지윤은 "도대체 얼마면 내 누이나 동생을 강간해도 된다고 생각하세요?"라며 김석주를 몰아세웠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 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면도 없진 않겠지만 '개과천선'속 사회에서는 정의는 사라지고 돈과 권력만 남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김석주를 연기하는 김명민의 연기는 얄밉기 짝이 없다. 차가운 심장을 가진 듯 냉혈하고 진실보다는 돈을 따르는 김명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에 맞서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박민영은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회의 정의가 아닐까.
'개과천선'은 거대 로펌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된 변호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법정드라마다. 방송 말미 김석주가 의문의 사로고 기억을 잃은 장면이 등장했다. 이제껏 정의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던 김석주가 새롭게 태어나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며 돈과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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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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