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몸 상태가 썩었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2)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격한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마산 NC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은 곳에 다시 공을 맞아 봉와직염이 극심해진 데다 22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의 강속구에 왼손을 맞아 2경기를 결장하기도 했다.
김태균의 몸구 석구석은 상처로 가득하다. 왼손은 테이핑한 상태이고, 봉와직염이 재발한 발도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 스스로도 "경기에 나가고 있지만 몸 상태가 안 좋다"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은 4번타자의 책임감과 투혼으로 출장을 강행하고 있다.

김태균은 "(이)용규랑 (정)근우가 앞에 있으니 좋은 찬스가 많이 생긴다. 뒤에 피에와 (최)진행이, (송)광민이도 있다. 이제는 나한테 좋은 승부가 들어온다. 피에가 뒤에 있어서인지 상대가 거르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과 다르게 김태균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져있다.
지난 2년간 상대팀은 김태균만 피해가는 승부를 펼쳤다. 김태균 외에는 크게 위협적인 타자가 많지 않았다. 찬스도 자주 오지 않았고, 찬스가 오더라도 거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앞뒤로 강한 타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김태균에게 집중된 상대팀들의 견제도 분산되고 있다.
김태균의 시즌 성적은 21경기 타율 3할1푼9리 1홈런 13타점이다. 볼넷 17개와 사구 2개로 출루율은 무려 4할6푼2리. 특히 득점권에서 29타수 12안타 타율 4할1푼4리로 맹타를 휘두르며 4번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2경기 연속 2타점씩 올리며 조금씩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김태균은 "앞에서 힘들게 만들어준 찬스를 잘 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팀 성적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는 만큼 나도 찬스에서 더 집중하려 한다"며 4할대 득점권 타율에 대해서도 "시즌 초반인데 큰 의미 없다"고 했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바로 홈런이다. 김태균은 올해 홈런이 1개 뿐이다. 4번타자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는 "홈런치는 법을 잊은 듯하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홈런을 떠나 찬스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 출장을 강행하는 그의 책임감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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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