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루덴스', 즉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보르네오 편은 그 어느 정글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정글이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보르네오(이하 '정글의 법칙')' 마지막 편에서는 정글의 자연을 이용해 웃고 즐기는 병만족 부족원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호모루덴스라는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해 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부족원들은 생존의 급급함보다는 부족원들과의 추억을 쌓고 정글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눈에 띈 건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아이처럼 노는 부족원들의 모습.

체력 소모가 많은 늪에서의 조개 사냥을 마치고 온몸을 진흙으로 뒤덮은 채 강가에 나온 이영아와 동준, 온유, 그리고 봉태규는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근 채 몸에 묻은 진흙을 씻어냈다. 그러던 와중에 물싸움이 시작됐고 부족원들은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신 나게 물싸움을 하고 놀아 보는 이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이에 이영아는 "내가 아마 앞으로 또 이럴 수가 있을까. 이런 일이 또 있을까"라며 환하게 웃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중년 콤비', 임원희와 김병만은 대나무로 뗏목을 만든 뒤 계곡 래프팅을 즐기며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김병만은 부족원들이 달콤한 낮잠에 빠진 사이, 임원희와 함께 계곡을 찾아 대나무 뗏목을 만들었다.
자신이 먼저 1차 테스트를 진행한 김병만은 스릴 만점인 대나무 뗏목 래프팅을 마친 뒤,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제작진조차 '이렇게 신 난 족장은 처음이야'라고 자막을 내보냈을 정도.
안전한 테스트가 끝나고 뗏목에 올라탄 임원희는 뒤에서 밀어주는 김병만을 믿고 조심스럽게 래프팅을 시작, 초반 겁먹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래프팅의 재미에 푹 빠져 환호성을 지르는 등 중년의 나이에도 아이처럼 즐거워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간 '정글의 법칙'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생고생'이었다. 생존을 위해서 힘든 사냥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 했으며 추위와의 사투, 날씨와의 사투,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 등 '정글의 법칙'에서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정글을 찾은 병만족은 늘 고생해야 했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이번 보르네오만큼은 뭔가 달랐다. 애초에 호모루덴스라는 주제를 잡고 간 보르네오였기에 부족원들은 정글 자체를 즐겼고 생존 자체를 즐겼다. 덕분에 웃고 떠들고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즐겁게 금요일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보르네오 이후 이어지는 브라질 편은 '블라인드'라는 주제로 진행될 것으로 예고됐다. 과연 '블라인드'라는 콘셉트에선 정글의 어떤 면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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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