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민(28,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빅리그 승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펜으로 출발한 뒤 선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주목받고 있다.
볼티모어의 불펜은 에반 믹을 대신할 투수 하나가 필요하다.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한 믹은 트리플A 팀인 노포크 타이드로 내려갔다. 노포크에 함께 있는 윤석민은 믹의 자리를 메울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윤석민은 최근 3경기 15⅓이닝 1자책점으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한 자리를 놓고 윤석민과 경쟁하는 선수들은 프레스턴 길멧과 팀 베리다. 더블A 레벨인 베리는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최근 성적만 보면 윤석민에 앞선다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길멧은 트리플A에서 8경기 10이닝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80을 마크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다.

윤석민의 장점은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볼티모어 불펜에 합류할 경우 1이닝을 막는 투수로도 나올 수 있고, 선발이 무너질 때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 릴리프 보직도 가능하다. 하지만 길멧은 윤석민과 달리 전문 불펜투수라는 점에서 불펜이 필요한 현 상황에 유리하고, 짧게나마 메이저리그 경력(2013년 4경기 평균자책점 10.13)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윤석민의 빅리그행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일단 불펜으로라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만 한다면 마이너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것보다 선발진 진입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는 따른다.
메이저리그 불펜에서 던지면 마이너리그에서 받을 수 없던 벅 쇼월터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팀은 새로운 선발투수를 찾을 때 최근의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해본 선수에게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윤석민에게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선발투수의 빈자리는 새로운 선발요원으로 대체하지만, 윤석민은 한국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경험이 많아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선수들과 구분되는 강점이다. 따라서 볼티모어도 윤석민이 불펜 합류 후 호투하기만 한다면 상황이 마련됐을 때 우선적인 기회를 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볼티모어 선발진이 그리 강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윤석민에게는 희망적인 요소다. 성적으로 봤을 때 1~3선발인 크리스 틸먼, 버드 노리스, 천웨인은 각각 평균자책점 3.68, 3.94, 4.34로 나쁘지 않다. 윤석민이 이 3명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나머지 2명의 선발투수는 부진하다.
FA 계약을 맺고 합류한 우발도 히메네스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59로 최악의 시작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윤석민이 노릴 자리는 아니다. 구단은 4년간 총액 5000만 달러를 받는 히메네스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반면 1승 2패, 평균자책점 5.19인 미겔 곤살레스라면 추후에 마이너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곤살레스는 아직 연봉조정신청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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