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이 보는 외국선수 귀화문제...장단점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5.03 06: 45

단기간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 필요하다. VS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망주들에게 악영향이다.
귀화선수를 둘러싸고 국가대표 농구팀이 가진 딜레마다. 최근 남녀농구 대표팀은 각각 외국선수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출신인 혼혈선수가 한국대표팀에 합류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선수가 태극마크를 단 적은 없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둔 남녀대표팀은 금메달이란 목표를 위해 나란히 문호를 개방했다.
오로지 성적만 놓고 본다면 외국선수 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농구는 높이가 좌우하는 스포츠다. 한국 선수는 선천적으로 장신선수가 귀하고, 탄력도 좋지 않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키는 가르칠 수 없다. 한국농구가 늘 장신센터에 목마른 이유다. 장신 외국선수의 합류는 한국농구의 고질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각국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외국선수 한 명을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한국만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귀화선수 영입은 미봉책이란 지적이 있다. 현재 한국농구가 유망주를 제대로 육성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귀화선수 한 명 영입에 들어가는 돈을 아마추어 농구에 투자하면 미래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성인대표팀의 호성적을 바라는 한국농구는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요즘 아마추어 선수들은 응급의료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체육관에서 혹사를 마다하지 않고 뛴다. 프로에서 써먹을 개인기를 연마해야 될 선수들이 성적을 위해 지역방어와 패턴 먼저 익힌다. 시키는 농구를 하지 않으면 지도자들의 호된 꾸지람이 떨어진다. 유망주 육성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상태서 외국선수 귀화추진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씨앗과 거름을 사야할 밑천으로 사과열매를 사먹는 격이다. 또 애국심 없는 외국선수가 태극마크를 달면 유망주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농구 희망'으로 불리는 이종현(20, 고려대)의 생각도 비슷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2012년부터 국가대표로 뛴 이종현은 서장훈과 김주성의 대를 이을 차세대 빅맨이다. 206cm의 신장에 기술을 갖춘 그는 이미 신입생시절 대학무대를 평정하고 프로형님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그 역시 국제무대에 나가 러시아, 푸에르토리코와 대결하며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2013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NBA출신 218cm 하메다 하다디에게 밀리는 호된 경험을 했다.
2일 상명대전에서 만난 이종현은 국가대표 예비명단 선발에 대해 “올해는 아시안게임도 있고 정말 중요한 해다. 대표팀에 다시 뽑힌다면 정말 뜻 깊을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외국선수 귀화에 대해서는 “(외국선수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국제대회서 경쟁력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 다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국제대회서 외국선수와 붙어 본 경험이 많기에 누구보다 귀화선수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종현이다. 다만 외국선수가 영입됐을 때 탈락하는 1명이 이종현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선수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종현은 “아무래도 국내선수의 자리 하나가 없을 수 있다.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여자프로농구연맹은 앰버 해리스(25)의 귀화문제에 대한 최종합의를 마쳤다. 이제 법무부의 특별귀화 승인절차가 남았다. 반면 남자농구는 아직도 후보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KBL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예비명단에는 혼혈선수 중 유일하게 문태종(39, LG)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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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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