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있어 마지막 반등 기회다. 3일부터 시작되는 두산 한화 넥센과 3연전서 승을 쌓지 못하면 그대로 백기를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LG의 운명은 이번 9연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2014시즌 개막 이전부터 이번 9연전을 바라봤다. 물론 당시엔 이렇게 절박한 상황서 9연전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하진 못했다. 어쨌든 선발 로테이션부터 야수진 콜업까지 100% 전력을 지금 이 시기에 가동하려 했었다. 5월 합류를 예상했던 현재윤이 다시 부상당했고, 1·2·3 선발투수가 1승 밖에 못 올리는 등 당초 계획과는 많은 부분이 틀어졌다. 그래도 이번 9연전을 통해 최하위서 탈출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미 모든 팀들과 한 번 이상 시리즈를 치렀다. 이 중 위닝시리즈는 KIA와 3연전 단 한 번뿐이었다. 자연스레 타 팀들은 LG를 ‘이길 수 있는 상대, 혹은 이겨야만 하는 상대’로 보고 있다. 상위 선발진을 LG전에 맞추고, 지고 있어도 경기 마지막까지 역전을 노린다. 2013시즌처럼 ‘만만치 않은 상대, 경기 후반 뒤집기 힘든 상대’로 인식하게 하려면 이번 9연전서 저력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역시 시작이 중요하다. LG는 두산과 어린이날 3연전서 류제국 우규민 코리 리오단을 선발투수로 등판시킨다. 류제국과 우규민은 지난해 나란히 12승과 10승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투수가 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개막 한 달이 지나갔지만 승이 없다. 류제국은 페이스가 늦게 올라왔고, 우규민은 불운이 겹쳤다. 호투한 경기도 있었으나, 선발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감독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조계현 수석코치는 지난 4월 25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제국이가 이제는 승리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제국이가 스타트를 끊어준다면, 다른 투수들도 승을 올릴 것으로 본다”며 류제국의 선발승이 팀의 큰 반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 류제국은 6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으나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류제국은 이날 경기 후 “이제 감을 잡았다. 팔이 마음먹은 대로 잘 넘어 온다. 투심패스트볼도 움직이는 게 확실히 보일 정도로 좋았다”며 “그동안 1회에 안 좋아서 1회부터 전력투구를 했는데 결과가 괜찮았다. 1회를 잘 넘기니 큰 짐을 던 기분이 들더라. 5월부터는 승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류제국은 지난 시즌 두산을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다. 일단 두산과 두 차례 상대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84로 선전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5일 잠실 두산전서 7⅓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제국의 호투에 힘입어 LG도 극적으로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었다.
마운드에 류제국이 있다면, 타석에선 리드오프 박용택이 대폭발을 준비 중이다. 박용택은 2013시즌 두산전 타율이 4할1푼3리에 달했다. 2009시즌부터 지난 5년의 기록을 종합해 봐도 타율 3할5푼3리 OPS .944로 막강했다. 박용택은 두산전을 두고 “규모 큰 잠실구장에서 라이벌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집중된다. 마치 고연전에 임하는 느낌이다”고 말한 바 있다. 덧붙여 3일 상대하는 두산 좌투수 유희관에 대해선 “다른 타자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타이밍이 잘 맞는다. 솔직히 크게 어려운 줄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박용택은 지난해 유희관을 상대로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쳤다.
물론 두 선수의 활약만으로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LG의 가장 큰 과제는 안정된 수비와 불펜이다. LG는 이전 경기인 1일 창원 NC전서 에러 4개로 무너졌다. 5회말 일찍이 이닝을 끝낼 수 있었으나 키스톤 콤비가 삐걱거리며 5실점해 흐름을 내주고 2연속 위닝시리즈도 실패했다. 불펜은 마무리투수 봉중근 외에 확실한 카드가 없다. 이기고 있더라도 봉중근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유원상이 2012시즌 철벽 셋업맨 모습을 재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LG가 만일 두산과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한다면, 8위 한화도 가시권에 들어간다. 한화와 홈 3연전을 치르는 만큼, 최하위 탈출도 가능해진다. 이후 9연전 마지막 상대인 숙적 넥센전도 좋은 흐름 속에서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두산과 3연전부터 흔들리면, 이번 9연전은 도미노처럼 모든 게 무너지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