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애도와 사과 또 웃음..'무도'다운 컴백 노하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5.04 08: 02

장수 프로그램의 노하우일까. 3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MBC '무한도전'이 노련하게 위기를 넘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재미를 선사하며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웃음을 번지게 했다,
'무한도전'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2주 연속 결방되다가 3일 오후 방송을 재개했다. 이날 아이템은 '선택 2014', 올해로 방송 9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를 선출한다는 주제로 멤버들의 활약상이 이어졌다.
사실 '무한도전'의 이날 방송은 먹구름 속에 있었다. 일단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어렵게 재개된 본방송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 정상화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다소 조심스러운 복귀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멤버 길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전격 하차하면서 공백이 생긴 상태. 길의 흔적이 사라진 첫 방송이었기 때문에 더욱 부담을 느낄 만도 했다. 길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나라를 감싼 때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돼 질타를 받았다. 결국 오랜 기간 정들었던 '무한도전'에서 자진 하차하고 자숙하는 것으로 반성의 뜻을 대신했지만 가수로서 예능인으로서 그를 좋아했던 팬들의 배신감은 쉽게 사라질 수 없는 모습이다. 
이렇게 외부적으로는 국가에 재난이 닥쳤고 내부적으로는 멤버가 '사고'를 치면서 '무한도전'에게는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본분인 예능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전무후무한 대형 참사와 멤버의 사회적 물의가 동시에 일어난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만 했다.
때문에 우려 속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그러나 기대 이상의 구성과 내용으로 호평을 받아냈다. 일단 멤버들은 이날 오프닝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나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과 유가족, 나아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자원봉사자들과 국민들에게 애도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MC 유재석의 경건하고도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다는 평.
이어 '선택 2014' 아이템을 본격 시작하면서 멤버들은 또 다시 물의를 빚은 길이 하차하게 된 경위를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 순간만큼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걷어내고 책임을 통감하며 공백을 채우기 위해 몇 배로 더 노력하겠다는 진심을 전하는 데 몰두했다.
애도에 이은 사과까지, 과연 '무한도전' 다운 대처였다. 이미 지난주부터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으로 전파를 타기 시작했고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대부분이 정상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이처럼 시작에 앞서 정식으로 참사의 아픔을 짚어보고 위로를 건넨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무한도전'은 9년 동안 주말 시청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던 입장에서 역시나 남다른 태도로 안방의 공감과 호평을 이끌어냈다.
실상 치부가 될 수 있는 한 멤버의 물의와 하차 사태에 대해서도 겸허한 태도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성숙한 대응은 무엇보다도 오랜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더불어 주목할 것은 애도와 사과의 순간 외에는 평소 그들의 모습 그대로 웃음을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날 멤버들은 차세대 리더가 되기 위한 후보로 출마해 엉뚱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우스꽝스러운 행색으로 몸개그를 펼쳤다. 이 또한 가장 '무한도전'스러운 이야기다.
'무한도전'이 전성기에 비해 시청률은 하락했지만 여전히 막강한 팬덤을 소유한 까닭은 3주 만에 돌아온 이날 그들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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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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