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떨어지면 위기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아니라 웃음이다”(유재석)
무려 9년간 방송된 ‘무한도전’이 안팎의 위기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스스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통감하면서도 지금껏 그래왔던대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겠다고 약속을 하는 멤버들의 결연한 의지는 왜 이 프로그램이 지난 9년간 풍파 속에서도 안방극장을 지킬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선택 2014’ 특집으로 방송 9주년을 맞아 ‘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끌고 가는 차세대 리더를 뽑는 과정이 담겼다.

멤버들은 실제 선거처럼 공약을 내걸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멤버들의 선심성 공약이 난무했다. 박명수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공약을 했고, 노홍철은 멤버들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정형돈은 시청률 재난본부를 설치해 시청률 하락에 대비하겠다고 나섰고, 박명수는 자리를 지키고 프로 의식이 결여됐다고 주장하며 제작진을 질타했다. 정준하는 시청률 떨어지면 제작진과 멤버들의 재신임을 묻고 2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유재석은 방송시간 확대로 인한 밀도 없는 웃음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자유 토론회였다. 멤버들은 서로의 공약에 시비를 걸었다. 자신의 공약은 풍선마냥 부풀리면서도 상대방의 공약은 깎아내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토론회에서 나온 공약의 대부분은 시청률 하락을 개선하기 위한 내놓은 대책이었다. 시즌제를 도입하거나 2군제를 만들어 9년간 격무 속에 달려온 멤버들과 제작진이 휴식을 취하며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자는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한주 한주 거대한 특집을 끌고 오면서 더해진 피로도와 중압감은 이 프로그램을 짓눌러왔다. 9년 만에 이 같은 어려움을 진지하게 토로하는 자리였다. 이 같은 제안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오로지 시청자들의 양해가 필요한 문제다.
사실 ‘무한도전’은 9주년을 맞은 가운데 멤버 길이 음주 운전 물의를 일으키며 하차해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더욱이 최근 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안팎의 위기의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 조사 결과가 젊은층을 공략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시청자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무한도전’은 한자릿수 시청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점쳐졌다. 또한 9년간 방송되며 다소 식상해졌다는 시선까지 받는 중이었다. 이 가운데 멤버들이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리더를 뽑겠다며 내세운 공약과 현주소 진단은 ‘셀프 디스’에 가까웠고 시청자들의 우려를 씻기 위한 진짜 공약이었다.
이날 ‘무한도전’이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겠다고 약속한 대목은 유재석의 입에서 나왔다. 유재석은 “최근 우리가 시청률 꼴찌를 했다. 그래서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위기다. 그런데 진짜 위기는 우리가 위기인 것을 모를 때 발생한다. 또한 위기인 것을 알면서도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모를 때 위기일 것이다. 시청률이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고 시청률 하락이 위기라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 답했다.
자신들을 향한 매서운 돌팔매를 맞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서 기획의도에 충실하기 위해 굳건히 달려가겠다는 간접적인 의지 표현이었다. ‘셀프 디스’도 서슴지 않고,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며, 위기설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무한도전’의 9년 구력이 빛난 방송이었다.
한편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를 뽑는 사전 투표는 오는 17일과 18일에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진행되며 본 투표일인 오는 22일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표소를 통해 직접 투표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무한도전’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고 하차한 멤버 길이 없는 6인 체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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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