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34, 롯데)이 귀중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지긋지긋한 4월이 가고 새로운 달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은 그 가운데에 있었다.
송승준은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여섯 번의 등판 끝에 얻은 귀중한 첫 승이었다. 아주 좋은 내용도, 빼어난 투구 내용도 아니었다. 그러나 최악의 4월을 보낸 송승준으로서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한 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라는 꼬리표를 가지고 있는 송승준이다. 시즌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3~4월에는 유난히 힘을 못 썼다. 이는 기록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7년 이후 송승준의 3월 평균자책점은 6.91, 4월 평균자책점은 5.76이었다. 이 기간 중 3~4월에는 9승16패 평균자책점 5.84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5월에는 3.89로 평균자책점이 떨어졌고 8월에는 3.25, 9월에는 2.97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반등했다.

올해도 그런 패턴의 전제조건은 깔렸다. 송승준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5번의 등판에서 21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14의 성적을 내며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올해는 반드시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를 깬다는 각오였지만 성적은 뜻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지난 24일 목동 넥센전에서 3⅓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6실점으로 크게 부진한 뒤 유니폼을 새로 주문했다. 이른바 ‘농군패션’이었다.
농군패션 자체가 경기력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속이 올라가는 것도, 제구력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송승준의 절박한 마음가짐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몇 차례 위기가 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것도 집중력과 절박함의 힘이었다. 송승준은 3회 2사 2루, 4회 1사 1,2루, 5회 1사 2,3루 등 몇 차례 위기를 허용했지만 5회 조동화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이닝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정대현이 불을 끄며 송승준은 올 시즌 첫 1실점 투구를 했다. 아직 부활을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라는 송승준의 투지를 엿볼 수는 있는 하루였다. 송승준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롯데의 선발진은 시즌 전 예상대로 ‘최강’의 위용과 좀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될 5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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