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무승-9G 무득점 탈출' 인천, 어둠 걷은 원동력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5.04 06: 45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휘슬이 울리자 다리가 풀린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1명이 적은 상황에서 죽기 살기로 뛰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FC서울과 '경인더비'를 승리로 장식했다. 지긋지긋했던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과 9경기 연속 무득점의 늪에서 탈출했다.
인천은 지난 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1라운드 홈경기서 후반 2분 터진 이보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귀중한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개막전부터 이어오던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 고리를 11경기 만에 끊어냈다. 아울러 불명예스러운 K리그 최다 무득점 기록도 9경기에서 멈춰섰다. 탈꼴찌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7점을 기록하며 11위 서울(승점 9)을 바짝 추격했다.

인천은 지난 2012년부터 '끈끈한 팀'이라고 평가 받으며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올 시즌엔 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남일 한교원 등 팀의 기둥들이 이적한 데 이어 '베테랑' 설기현 이천수 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설상가상 무득점 빈공에 시달리며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문전에서의 집중력 부족으로 이어진 탓이었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도 까맣게 속이 타들어갔다. 게다가 경기를 잘 풀고도 어이없는 실점, 퇴장 등의 변수로 무너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는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특유의 끈끈함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천은 이날 그들이 가진 장점을 오롯이 보여줬다. 사라졌던 끈끈함을 찾았고, 매우 높은 정신력을 보여줬다. 패스 플레이, 수비 집중력, 활동량, 결정력 등 모든 것이 빛났다.
김봉길 감독은 "상반기 마지막 홈경기라 선수들에게 죽을 힘을 다해 뛰자고 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면서 "끈끈하고 많이 움직이는 인천의 색깔을 찾자고 했는데 이날 빛을 발했다"고 적잖이 힘들었을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후반 18분 문상윤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수적 열세의 위기를 넘긴 점은 인천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어려운 순간 또 한 번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지만 하나로 똘똘 뭉친 끝에 감격의 첫 승을 확정지었다. 자신감은 덤이었다. 무승과 무득점에서 동시에 탈출하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둠은 걷혔다. 인천의 남은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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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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