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바르셀로나처럼, 수비는 레알 마드리드처럼 하겠습니다.”
3일 포항과 일전을 앞둔 이상윤 성남 수석코치의 출사표였다. 취재진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오랫동안 해외축구 해설을 맡아온 이 코치는 ‘가레스 상윤’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입담이 좋았기 때문이다. 게임플랜이 아닌 그의 희망사항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성남이 포항을 3-1로 꺾자 이 코치의 발언은 진심이었음이 드러났다.
포항은 ‘스틸타카’라는 별명답게 K리그에서 대표적으로 점유율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성남은 그런 포항을 맞아 초반 밀리지 않고 패스축구를 했다. 그 결과 전반 16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쇄도하던 김동희가 배슬기와 엉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전 성남은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으로 승부를 걸었다. 성남은 1-1로 맞선 후반 30분 정선호의 결승골이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제파로프의 패스를 받은 김태환이 단독돌파로 세 번째 골까지 넣었다. 최근 유행하는 첼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축구를 보는 듯 했다.
경기 후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성남의 수비를 뚫지 못한 것에 대해 “챔피언스리그를 봐도 첼시도 수비축구를 한다. 유리한 상황에서 수비를 강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음먹고 수비하는 팀을 뚫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술적 패배를 인정했다.
이상윤 코치는 “솔직히 비기는 줄 알았다. 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운도 많이 따라줬다. 황 감독이 후반전에 공격에 집중하다보니 카운터어택의 빌미를 잡았다. 자신감을 얻게 된 좋은 기회였다”며 기뻐했다.
포항의 ‘스틸타카’와 정면승부에 대해선 “포항 선수들이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선수들에게 '수비는 레알처럼 공격은 아스날, 바르셀로나처럼 하자'고 했다. 롱볼보다 빼앗겨도 짧은 패스를 자신 있게 주고받고 하라고 했다. '너희도 충분히 포항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줬다. 그런 점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며 선수들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유럽축구를 접목시킨 이상윤표 축구는 K리그에서 계속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벌써부터 오는 18일 성남과 서울의 경기가 주목받고 있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