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선발진을 자랑하는 LA 다저스가 부상이라는 ‘내부의 적’에 울상 짓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에 이어 이번에는 류현진(27)이 부상으로 빠졌다. 이에 미 언론에서는 두 선수의 부상이 호주 원정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고 있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와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자 명단(DL) 등재가 확정됐다. 왼쪽 어깨 통증 때문이다. 한화 시절에 문제가 있어 약간의 휴식을 취했었던 견갑골 통증으로 알려졌다. 큰 부상은 아니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 된다는 것이 류현진의 설명이다. 특별한 정밀진단 계획도, 재활 등판 계획도 없다. 그저 푹 쉬면서 심신을 가다듬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즌 초반부터 피로가 쌓였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뛰던 시절 두 차례나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에서도 192이닝을 소화했다. 어깨의 힘과 내구성은 검증이 된 선수다. 그런데 개막 후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통증이 왔다. 데뷔 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무리했던 시즌 초반 등판 일정과 연관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현지에서도 호주 개막전과 연관이 있다는 눈초리다. 미 최대 종합지인 ‘USA투데이’는 4일(이하 한국시간) 한 주간의 MLB 이슈를 정리하는 기사에서 호주 개막전을 소화한 커쇼와 류현진이 나란히 부상으로 고전한 것을 적잖은 비중으로 다뤘다. ‘USA투데이’는 커쇼와 류현진이 각각 부상자 명단에 한 차례 오른 것을 두고 “그렇다. 두 선수는 18시간 비행을 하는 호주 원정에서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이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두 선수는 지난 3월 23일과 24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4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에 나란히 선발등판했다. 두 선수 모두 팀 승리에 일조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공교롭게도 나란히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신세가 됐다. 누군가는 던져야 했고, 그래서 책임감을 발휘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즌 출발이 썩 유쾌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커쇼는 호주 개막전 이후 등 근육에 통증을 호소하며 4월 일정을 모두 건너뛰었다. 커쇼의 대역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류현진도 끝내 작은 탈이 났다. ‘USA투데이’는 이런 사실을 거론하면서 “물론 호주 원정이 이 부상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다저스는 두 선수에게 (연봉 총액) 3억 달러 가까이를 투자했다. 아마도 두 선수의 부상은 향후 비슷한 일정에 상당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USA투데이’의 지적대로 호주 원정과 부상 사이의 직접적 연관을 밝혀내기는 어렵다. 다만 체력 소모가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은 등판 전부터 있었다. 남들보다 일주일가량 먼저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했고 장거리 이동 및 시차 등을 적응하는 것도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커쇼는 데뷔 이후 첫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는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다저스로서는 두 선수가 건강하게 복귀하는 것만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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