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이브-100홀드’ 정대현의 대단한 경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4 08: 41

정대현(36, 롯데) 스스로는 “다른 선수들도 경력이 쌓이다보면 만들어지는 기록들이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기록에 큰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단순히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나올 기록이 아닌 까닭이다. 정대현이 100세이브와 100홀드를 동시에 잡은 실로 ‘대단한 경력’을 만들어냈다.
정대현은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서 3-1로 앞서던 6회말 2사 2,3루서 선발 송승준을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였던 김성현을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진화, 강심장을 마음껏 선보였다. 비록 7회 1점을 주긴 했지만 홀드 요건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로써 정대현은 올 시즌 세 번째 홀드와 통산 100번째 홀드를 모두 손에 넣었다.
100홀드 자체가 대단한 기록이다. 홀드라는 기록이 비교적 최근부터 가치를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정대현 이전에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다섯 명(류택현 정우람 권혁 이상열 안지만)에 불과했다. 여기에 정대현의 기록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정대현은 이미 100세이브 고지를 넘어선 선수이기 때문이다. 앞선 다섯 선수가 마무리보다는 주로 중간에서 활약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대현의 100홀드는 차별성을 가진다.

통산 100홀드, 100세이브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대현이 얼마나 신임 받는 불펜 요원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주로 앞서는 상황, 그리고 3점차 이내의 비교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나서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대현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구위와 두둑한 배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오랜 기간 많은 경기에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대현의 100세이브-100홀드 기록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정대현은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01년(18경기 출전, 평균자책점 5.40)을 제외하면 모두 20경기 이상에 나섰다. 그 중 3점대 평균자책점(2002·2013)은 두 번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10번의 시즌은 죄다 3점대 아래였다. 0점대는 3번, 1점대는 4번이었다. 한창 잘 나갈 때의 정대현은 등판 자체가 ‘이닝의 종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올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정대현 자신과 코칭스태프의 고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16경기에 나서 호시탐탐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훈련량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정대현이다. 그런 철저한 자기관리로 ‘100세이브-100홀드’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다시 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값어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정대현의 대단한 경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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