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손아섭’ 아파도 달리는 투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4 09: 00

“어휴… 다른 분들은 제가 얼마나 아픈지 잘 모르실거에요”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손아섭(26, 롯데)은 “어깨는 좀 괜찮느냐”라는 질문에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괜찮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투지의 아이콘인 손아섭이라면 응당 그래야 정상이었고 실제 지금까지 그래왔던 선수였다. 그런데 손아섭은 대뜸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순순히 아프다고 시인(?)했다.
손아섭은 현재 왼 어깨 관절이 일부분이 찢어진 상태다. 우투좌타라 송구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타격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손아섭은 “잠을 잘 때도 돌아눕지를 못한다. 타격을 할 때도 100% 힘을 주기가 어렵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할 정도로 투지를 불태우는 손아섭이 지난 4월 26일 사직 SK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빠지기도 했다. “여간하면 뛰려고 했는데 더 큰 부상이 올 것 같았다”라는 게 손아섭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손아섭은 그날 이후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맹활약이다. 4월 30일 한화전부터 3일 SK전까지 3경기에서 타율 4할(15타수 6안타)과 3타점을 기록했다. 누가 보면 아픈 사람, 특히 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깨 부상자라고 보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그럴까. 손아섭은 “경기를 자꾸 나가니까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애교 섞인 억울함이었다.
경기에는 나서고 있지만 조심해야 할 단계다. 지난 2년간은 그럭저럭 참고 뛸 만했지만 최근 수비하는 과정에서 펜스에 부딪히며 부상이 악화된 감도 있었다. 특히 타격이나 슬라이딩을 할 때는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손아섭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워낙 허슬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닌가. 자신도 모르게 어깨 상태가 악화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런 위험부담을 알고도 손아섭이 경기에 나가고 있는 것은 책임감 때문이다. 손아섭은 “아파도 뛸 수 있다면 경기는 뛰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다시 훈련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롯데 타선에서 손아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가뜩이나 어지러운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으로 빠질 수는 없다는 것이 손아섭의 굳은 의지다. 그런 손아섭의 올 시즌 성적은 3일까지 타율 3할5푼3리, 36안타, 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6이다. 어쨌든 아픈 선수의 기록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성적이라 손아섭의 억울함은 좀 더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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