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관중석에서 난데없이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관중들의 입장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점차 커지는 함성 소리. 그 함성이 향하는 대상은 롯데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32)였다.
히메네스가 연습 배팅 때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자 3루 측 원정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정 구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히메네스에 대한 팬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요새 롯데 팬들의 시선은 온통 히메네스에게 쏠려 있다. 화끈한 장타력과 해결사 본능으로 거포에 대한 롯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모습이다.
히메네스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최고의 외국인 타자 후보로 손꼽히는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3일 현재 타율은 4할3리에 이른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5개의 홈런과 19개의 타점을 수확하는 등 맹활약이다. 득점권 타율이 4할5푼에 이르고 타수당 타점은 0.28개로 리그 최다 기록을 쓰고 있다. 롯데 팬들이 원했던 딱 그 모습의 외국인 타자가 등장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마냥 화끈하게 휘두르기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3일까지 히메네스는 삼진(13개)보다 더 많은 볼넷(14개)를 얻어내고 있다. 선구안도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열심히 뛰는 모습도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3일 문학 SK전에서도 2-1로 앞선 6회 박종윤의 중전안타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며 귀중한 점수를 얻었다. 130㎏의 거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돌진에 3루 측 팬들은 열광했다.
이런 히메네스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강민호 등 국내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설 때는 가장 큰 기대감을 받고 있고 응원가 소리도 가장 크다. 덕아웃으로 돌아올 때도 격려의 박수가 쏟아진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대호가 떠난 이후 거포가 없었는데 그 로망을 히메네스가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큰 체구만큼이나 털털하고 넉살 좋은 성격 또한 관계자들과 팬들의 호감을 산다.
온라인에서도 히메네스 열풍은 뜨겁다. 여러 패러디물이 팬들의 배꼽을 잡게 하고 있다. 패러디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히메네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히메네스 휘날리며’라는 노래가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히메네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남긴 화제만으로도 뜨거운 선수가 입단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롯데는 그 뜨거움이 더 오래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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