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도리가 없다. 치고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내리막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 악령에 신음하고 있는 SK의 휴식일 전 과제는 최대한 버티는 것이다.
SK는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5-6으로 아쉽게 졌다. 이로써 SK는 올 시즌 첫 3연패를 기록했다. 보통 3연전의 첫 경기를 가져가는 패턴으로 긴 연패는 막아왔지만 이날 경기 패배로 그 빗장마저 허물어졌다. 최근 3연속 열세 3연전 속에 14승13패를 기록하고 있는 SK는 선두권 경쟁에서 내려옴은 물론 5할 승률 수성도 비상이 걸렸다.
4월 22일까지만 해도 SK의 성적은 12승6패였다. 넥센·NC와 함께 치열한 선두 고지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 후 NC, 롯데, KIA와의 3연전에서 모두 1승2패를 기록해 손해를 봤다. 아직은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순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최근 갑작스레 힘을 빠지고 있는 듯한 모습은 분명 이상기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상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SK가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주축 선수들의 건재였다. 지난해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전했던 주축 선수들이 올해는 비교적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시너지 효과는 꽤 컸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평소에 아팠던 부위가 아닌 경기 중 돌발 상황에 의한 부상이라 더 속이 쓰리다. “운이 없다”고 치부하기에는 부상자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현재 SK는 5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빠져 있다. 주장이자 내야 수비의 핵심이었던 박진만이 무릎을 다쳐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고 큰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은 손목 부상에 시달린 끝에 결국 3일 2군으로 내려갔다.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는 오른팔, 포수 조인성은 손가락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고 급기야 윤희상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어야 했다.
나머지 선수들로 버텨보고는 있지만 역시 힘이 부족한 감이 있다. 스캇이 빠져 나간 4월 22일을 기준으로 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당시까지의 팀 평균자책점은 4.33, 팀 타율은 2할8푼3리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팀 평균자책점이 6.14까지 뛰었다. 팀 타율은 2할8푼6리로 소폭 상승했으나 해당 기간 리그 순위는 2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투·타 모두에서 약해진 힘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상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일단 스캇의 공백은 이재원이, 조인성의 공백은 정상호가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어 아직은 큰 타격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마운드가 관건이다. 울프와 윤희상은 아직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SK는 4일과 5일 롯데와 어린이날 3연전을 마무리한 뒤 6일부터 8일까지는 삼성과 3연전을 갖는다. 그 후로는 4일 휴식이 있다. 즉 롯데-삼성 6연전에서 최대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로는 울프와 윤희상이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 마운드 운영에 다소 숨통이 트인다. 스캇도 그쯤 되면 어느 정도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휴식일에 불펜 전력도 정비할 수 있다. SK와는 달리 상승곡선인 롯데·삼성과의 싸움에서 5할 정도의 승부라도 낼 수 있다면 휴식일 이후는 다시 치고 나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첫 단추는 일단 어그러진 가운데 SK는 4일 백인식, 5일 김광현을 내세워 반격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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