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로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코치들도 반대하고 무엇보다 선수 미래도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조금 더 인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이만수 SK 감독은 ‘인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썼다. 올 시즌 핵심적인 몫을 해야 할 선수들 중 부상 재활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투수 쪽에는 윤길현이 있었고 야수 쪽에는 이재원 이명기 한동민 등 젊은 자원들이 모두 사이판과 광저우를 거치는 재활 코스를 밟고 있었다.
사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재활을 병행하며 훈련에 임할 수도 있었다. 한 명의 선수라도 더 기량을 보고 싶은 감독으로서는 부르고 싶은 게 당연했다. 팀의 1년 구상과도 연관된 문제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좀 더 멀리 내다보기로 결정했고 주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들은 재활에만 전념하게끔 했다. 그리고 시범경기 중반에야 불러 들여 컨디션을 점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 재활에만 전념했던 윤길현 이재원 한동민은 현재 SK의 1군 엔트리에 있다. 윤길현 이재원은 핵심적인 몫을 수행하고 있고 한동민도 최근 타격감이 상승세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훈련을 병행했다면 아마 지금의 몸 상태는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 때 이 감독이 고집을 꺾은 것이 지금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 감독이 다시 한 번 인내를 강조했다. 이 감독은 3일 문학 롯데전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인 루크 스캇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스캇은 지난 4월 22일 문학 NC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상대 1루수 에릭 테임즈와 엉켜 넘어져 왼 손목을 다쳤다. 당초 몇 경기만 쉬면 될 줄 알았던 부상이었는데 예상보다 회복이 더뎠다. 결국 이 감독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를 보고 결단을 내렸다. 스캇을 2군으로 내리는 강수를 썼다.
감독도, 선수도 서로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다. 이 감독도 “차·포를 다 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SK는 이미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두 선수의 예상보다 느린 회복에 가장 답답한 이는 아마도 이 감독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앞으로의 더 좋은 경기를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라면서 “한 시즌을 보며 인내하기로 했다”고 담담하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의 성적을 본다면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복귀 시점을 당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스캇, 그리고 먼저 내려간 울프가 팀의 핵심적 자원이라고 보고 있다. 이 선수들이 지금 무리하다 시즌을 그르치면 SK의 전체 전력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보름 뒤, 한 달 뒤, 그리고 시즌 전반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 감독은 이 선수들이 충분히 컨디션을 회복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 감독은 스캇에 대해 “지금은 이재원이 4할대의 타율을 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려올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재원이 떨어질 때 스캇이 돌아와 잘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을 하면서 기다리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라고 허탈하게 웃는 이 감독이 다시 ‘인내’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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