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현빈의 '역린'이 5월 황금연휴 극장가를 관통하고 있다. 이 땅 최고의 명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정조의 특별한 하루, 24시간을 다룬 영화다.
어진 품성에 뛰어난 두뇌, 타고난 끈기까지 갖춘 정조는 조선시대 왕들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기에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거꾸로 정조를 다룬 작품은 이제 식상하고 '뻔'한 스토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현빈은 어떻게 뻔하고 진부한 정조 역할을 맡아서 흥행 돌풍을 일으킬수 있었을까.
첫 째는 이유불문하고 정조 역 주인공이 현빈이었기 때문이다. '역린'은 현빈의 군 제대후 첫 스크린 컴백작이다. 충무로 캐스팅 0순위였던 현빈이 사극 블록버스터 '역린'을 택한 순간부터 이 영화에 쏠린 관심은 지대했고 자연스럽게 흥행으로 이어졌다. 그는 국내에서 인기와 티켓파워가 정비례하는 극소수의 흥행보증 배우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결국 현빈은 사극 대작답게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등 호화판 멀티캐스팅으로 밥상을 차린 '역린'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그가 실근육 상반신을 노출하며 팔굽혀 펴기를 하는 첫 도입장면부터 관객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했다.
둘째도 현빈이다. '역린'은 지금까지의 백면서생 정조는 잊을 것을 주문하는 영화다. 온 몸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체력단련에 열심인 조선의 임금님을 본 적이 과연 언제였을까. '역린' 속 정조는 활을 들면 백발백중 궁수이고, 칼을 들면 상대의 피를 부르는 천하무적 검사다.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속 차도남 모습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던 현빈은 이번 사극 액션에서 전혀 새로운 매력과 상남자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데 성공했다. 20대에서 30대로 성장한 이 남자, 군 입대 전과 제대 후 포스가 또 완전히 다르다. '역린'은 현빈의 깔끔하고 차가운 액션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다.
셋째는 현빈을 맞이해 달라진 정조 캐릭터다. 관객들이 예상했던 정조의 틀을 깨고 조선의 현군도 액션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새 패러다임을 현빈을 통해서 제시한 게 '역린'을 살렸다. 어린 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했던 정조가 왕의 권세를 무시할 정도로 막강한 노론 세력을 지덕체의 삼위를 앞세워 제압하는 과정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현빈은 이런 정조에 대해 "가족사는 물론 왕위에 오르고 나서도 암살에 시달렸던 비운의 왕이다. 그러나 인재 육성이나 신분 차별 폐지 등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고자 했던 개혁 군주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현빈의 활약에 힘입은 영화 '역린'(이재규 감독)은 지난 달 30일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황금연휴 5월 첫 주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개봉 4일만에 벌써 13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뒀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24시간을 그린 영화.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김성령, 박성웅, 정은채까지 명품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은 물론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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