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9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불거진 위기설을 피하지 않고, 허심탄회한 속내를 털어놨다. 언제나 그렇듯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을 지키겠다며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진심을 담았다. 이들이 말하고자,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시청률이라는 대세를 쫓아가지 않겠다’는 유재석의 말에 9년이 된 ‘무한도전’의 고민과 미래가 담겨 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3일 방송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와 9주년이 된 이 프로그램의 생일을 맞아 ‘선택 2014’ 특집을 진행했다. ‘무한도전’이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뽑겠다는 예능적인 작법으로 접근했지만 이 특집은 국민을 대변하는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또한 ‘무한도전’의 지난 9년과 현재의 고민, 앞으로의 지향점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계기도 됐다.
멤버들의 다소 억지스럽고 현실성 적은 공약을 살펴보면, 이들이 안고 있는 숙제를 단번에 눈치 챌 수 있다. 방송시간 확대로 인한 떨어진 흥미와 제작상의 고충, 소재 고갈과 격무로 인한 시즌제의 필요성, 호불호가 갈리는 구성으로 인한 시청률 하락, 장기 특집의 연속성으로 인한 중간 유입의 어려움 등이 멤버들의 농담 속에 이들을 억누르고 있는 문제점들이 담겨 있었다.

이 중에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생각하는 진짜 문제점도 있을 테고, 언론이 부채질하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점도 있을 터이다. 9년간 방송되며 무수히 많은 칭찬과 함께 이들에 대한 안팎의 우려는 언제나 반복됐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무한도전’을 향한 어찌 보면 직언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무조건식의 돌팔매질일 수도 있는 혹평에 제작진과 멤버들은 유재석의 입을 통해 속내를 전했다.
이날 유재석은 시청률을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유재석이 말을 하긴 했어도 이는 멤버들과 제작진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표는 시청률이 아니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프로그램의 본분을 지키고자 달려나가겠다는 것. 시청률 조사 결과가 인터넷 경로를 통한 TV 시청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숫자로 보이는 시청률 하락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시청률이라는 대세에 흔들리지 않고, 대세가 아닌 것에 주목해서 대세를 만들겠다는 유재석의 마지막 말은 ‘무한도전’이 시청률 하락으로 위기에 빠졌다는 일부의 시선에 대한 진짜 하고 싶었던 진심일 터다. 동시에 이들이 그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숱한 고민을 하고 있고, 이 같은 고민 속에 지금의 ‘무한도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통감하게 했다.
9주년을 기점으로 '무한도전'이 웃음이 기본이라는 지금까지의 목표와 향후에도 변하지 않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무한도전'을 사랑할 터이고, 누군가는 또 한번 힐난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한도전'이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언제나 이 같은 양분된 시선은 계속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서 지금의 '무한도전'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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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